가을 초입이다.
나무가 겨울을 나기 위해 잎으로 보내던 수분을 서서히 차단할 때이다.
수분을 공급받지 못한 나뭇잎이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다 낙엽으로 떨어질 일만 남았다. 내년 봄이면 혹한의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이 줄기에 수분을 다시 보내며 산천을 새싹으로 가득 채울 것이다.
이게 자연의 섭리요, 변치 않는 세상 이치다.
가수 현미 씨가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며 부른 노래가 <떠날 때는 말없이>이다. 연인과의 아픈 이별을 마음속으로 삼키며 ‘두고두고 못 다한 말 가슴에 새기면서 떠날 때는 말없이 말없이 가오리다’라는 가사는 오히려 이별의 애절함을 절제로 승화시켜 더 애틋하다.
연인을 떠나보내는 마음 씀씀이가 나무의 한해살이와 다르지 않게 세상 섭리를 담고 있다.
안경원의 9가지 장비를 뺏기는 빌미를 제공한 안경사단독법도 이제는 현미 씨의 노랫말처럼 아쉽지만 말없이 떠나보낼 때가 되었다.
비록 한때나마 안경사 손에 잡힐 듯 어른거리며 희망을 품게 했던 꿈결 같은 단독법이었지만 이제는 안경사의 마음에서 안녕을 고할 때가 되었다.
복지부에 미운털을 박히게 만든 단독법, 안경사협회를 ‘골치 아픈 집단’으로 만든 단독법을 성공시키겠다고 헛힘을 쓰는 것만큼 우둔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성공시킬 수 없는 단독법임을 뻔히 알면서도 금쪽같은 회비를 써대며 회원을 기만하고 피해를 끼친 당사자들이 석고대죄 해야 할 일만 남았다.
부질없는 오만과 정책으로 회원에게 피해를 끼쳤다면 사과와 책임지는 일이 마땅한 섭리다. 허울 좋은 감투를 쓰고 회원을 두 편으로 갈라놓고, 지금도 ‘안경사를 위해 안경사단독법은 언젠가는 만들어야할 법’이라는 말장난을 해대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들의 과오를 책임회피성 발언으로 두리뭉실 넘어가는 사람들에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우는 것이 세상 이치다. 세상의 잘잘못은 매사가 대나무처럼 마디와 단락으로 구분 마무리되어야 새 희망을 품는다.
중국의 당나라의 8대 문장가로 꼽히는 한유(韓愈)는 ‘벼슬자리에 있는 사람은 그 직책을 다할 수 없을 때는 자리를 떠나야 한다(有官守者 不得其職則去)’고 했다.
또 중국 한나라 때 유방을 도와 전국통일에 공헌한 장량은 개국공신에게 주어지는 온갖 부귀영화를 마다하고 망설임 없이 낙향했다.
그는 “뭍사람들의 불평이 가득할 때 자신의 잘못이 가득한줄 알고, 또 비어야할 때 비워놓아야 모든 것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했던 안경사협회에 생채기를 내고, 주무부처에게 미움을 받게 만든 장본인들이 짐짓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곳저곳 찾아다니는 모습은 세상의 이치와 맞지 않는다.
이제 새 집행부는 전임에서 이어진 탯줄도 잘라내야 한다.
엄마 뱃속에서 탯줄은 생명줄이지만, 세상 밖으로 나온 후에는 탯줄을 끊어내야 살아갈 수 있다.
나무들이 새봄에 새싹을 피우기 위해 수분을 중지하는 것처럼 현 집행부도 전임에서 이어진 사슬, 탯줄을 잘라내야 협회가 새롭고 튼튼하게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