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 매출이 바닥이다. 메르스가 물러난 7월 이후 잠깐 반짝하던 경기가 8월 들어 내리막이더니 11월에는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아무리 ‘단풍철 = 비수기’라는 공식에 익숙한 안경사이지만 올해 11월은 유독 매섭다.
대낮에도 환한 매장에 고객 한 명 없는 모습이 안경원의 민낯을 드러내는 것 같아 민망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내년이 되어도 매출의 찬 기운이 물러날 기미가 안 보이다보니 시름만 깊어간다. 안경원은 그만큼 중병에 걸려 앓고 있다.
안경원의 매출 하락 조짐은 1987년부터 시작되었다는 시각이 많다.
안경사제도의 도입을 위해 실시된 안경인의 경력신고 당시에 꽤 많은 안경인들이 안경과 전혀 관계없는 사돈의 팔촌을 인심 좋게 안경사로 만들어주었다.
심지어 옆집 가게 주인까지 허위 경력을 만들어준 때부터 안경원의 매출 하락이 야금야금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안경사들이 고기를 잡기 위해 어렵사리 쳐놓은 그물망을 안경사 스스로 커다란 구멍을 냄으로써 질적 성장은 고사하고 오히려 안경사제도가 안경원의 부실화만 초래했다는 것이다.
사실상 인기 학과로 급부상한 안경광학과는 전국에 50여 개교에 이르렀고, 5천 곳이면 적당하다는 안경원이 지금은 그 곱절에 가깝게 오픈하고 있으니 경쟁이 끊일 날이 없다.
시대는 다르지만 일제 강점기에도 명성을 날리던 개성상인들과 달리 안경사는 자신의 이익만 앞세우는 보신주의로 업계를 망치고 있다.
개성상인의 경우 아무리 부유한 자식이라도 반드시 다른 상가에서 수년간 수습을 거친 뒤 가업을 잇게 하는 차인제를 지키며 업권을 보호한 것과 다르게 안경사는 목전의 이익만 앞세웠고, 현실적인 이익보다 미래를 위한 협동정신으로 업계를 지키는 개성상인과 다르게 안경사는 가격 출혈경쟁에 골몰했다.
국내 안경원들이 매출이 떨어지고 부실화된 이유는 많다.
온라인과 백화점이라는 외적 요인만 해도 안경사들은 그 어떤 대응 없이 강 건너 불구경만 했고, 뿔테 안경이 10년간 롱런할 때도 시장의 변혁과 개혁에 등한시 했다.
영업에 가장 중요하다는 상화신뢰도 안경렌즈 가격이 1~2백원 싸다는 이유로 도매상을 한순간에 바꾸는 냄비 풍토가 만연해 있고, 안경사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는 누진렌즈까지 할인경쟁하는 이기심이 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고 있다.
더구나 법에서까지 콘택트렌즈를 안경원만 판매하라고 보호막을 쳐주어도 원가판매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니 매출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요즘 안경원은 ‘언 발에 오줌 누는 현상’이 계속되는 기막힌 일들만 벌어지고 있다. 지금의 매출 하락은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안경사 스스로 만든 일이다.
문제는 또 있다. 안경사들의 구심점이 되어야 할 협회가 안경원의 심각한 상황은 아예 남의 일처럼 보지도 듣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결코 제정된 적이 없고 만들 수도 없는 가공의 안경사단독법에 함몰되어 회원의 보호막 구실을 외면하고 있다.
아무리 회원의 매출 하락이 협회와는 상관없다고 해도 회비를 꼬박꼬박 지불하는 회원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하는 협회는 존재 이유가 없다.
국민 없는 국가가 없듯이 회원 없는 협회는 존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