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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체와 인품
  • 우암 문윤서
  • 등록 2016-02-29 19:3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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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체를 논한다는 게 연전에 사뒀던 장난감을 깜빡 잊고 있던 것을 추석 때 온 손주들에게 내놓으니 시큰둥 달가워하는 기색이 없는 일처럼 오히려 내 쪽에서 민망스럽고 면구스러운 일이리라.

 

글씨체를 논한다는 것 자체 또한 시대착오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되지만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고 계수(計數), 교안(敎案)을 작성하여 리포트를 정리하는 것 모두 디지털로 처리하는 것이 현대적인 업무처리 수단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시간을 단축하고 거리를 좁히는 자동차는 알맞은 길이 있어야만 달릴 수 있지만, 좁은 계곡이나 높은 산은 인간의 두 발에 의존해야 된다는 여지는 어쩌랴. 병용병존(倂用倂存)할 수밖에.

 

글씨체 이야기를 산행으로 여기며 올라가 보자. 시(詩)•서(書)•화(畵)는 근간에는 각각 독립되었지만 오래 전은 한 장르였다.

 

시란 한시, 비문, 한글, 시조풍이고, 서란 글씨나 자작시를 뜻한다. 글씨체로 말하면 글씨를 쓰는 격식을 말하는데, 예를 들면 한글의 경우는 궁체(宮體)가 있고 한자에서는 전서(篆書), 예서(禮書), 해서(楷書), 행서(行書), 초서(草書)인데 여기에 소전(小篆)까지 합해서 육서인 것이다.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하시면서 백성을 올바른 소리로 가르치는데 필요하다고 했고, 주시경(周時經; 1876~1914) 선생은 언문(諺文)을 ‘한글’이라고 명명했다.

 

마지막으로 화에는 문인화, 산수화, 초상화가 있는데, 특히 사군자(四君子)의 그림에는 그 여백의 넉넉함에 비해 이른바 탱화(幁畵)에는 너무 꽉 찬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인데 너무 숨차 감상하기 쉽지 않다. 아마 동양화의 여백에 기시감(記視感)이 있어 그럴지 모른다.

 

글씨를 유별나게 잘 쓰는 사람은 우선 타고 난 재능이 있다고 사료된다. 오래전 일이지만 필경생(筆耕生)이란 직업도 있었다. 필경의 재능도 음악, 미술의 전문가처럼 어떤 선천적 재능 위에 수련을 쌓아 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제 시 국민학교 2년 때 매주 서너 시간쯤 습자 시간이 있었다. 교장인 일본인 와타나베 선생님은 습자교육을 인격수련의 도장으로 여기면서 매우 진지하면서도 엄격한 붓글씨를 가르쳐 주셨다. 무엇보다도 먹을 벼루에 대고 갈 때 뱅뱅 돌리지 말고 전후로 가볍게 힘 빼고 갈라는 지도였다.

 

그러면서 여담으로 한자는 중국, 일본, 조선 세 나라가 공히 쓰고 있는데 각 나라마다 글자에 대한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선 글씨체는 경성(京城)에 가면 덕수궁 정문에 있는 대한문(大漢門)이 조선 글씨체라는 것이다.

 

1951년 처음 서울에 들렸을 때 대한문 붓글씨부터 봤다. 글씨는 필자의 품성이 묻어나는 것인가 볼수록 곰살아 보이는 여인의 모습 같았다.

 

글씨체는 스스로는 물론 남도 알아보게 방성하게 써야함은 물론이다. 글자를 삐딱하게 눕힌 사선(斜線)의 글씨체는 특출한 개성의 표출이 아니라 글이 인간의 의사전달 매체의 혼미를 가져오는 비인격적 표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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