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협회는 지난 4반세기동안 안경사들에게 두 번의 감동을 주었다.
하나는 1989년에 안경사제도를 이끌어내 누구의 간섭 없이 시력검사와 안경을 조제 판매토록 한 일이고, 또 하나는 지난 2011년에 일명 콘택트법을 입법화시켜 안경원에서만 콘택트렌즈를 판매하게 만든 일이다. 8개 의료기사 중에 유일하게 의사의 지시 없이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만든 자랑스러운 일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아직도 안경사제도가 시장을 축소시켰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만약 이 제도가 없었으면 우리 안경시장은 이미 외국의 거대자본에 종속화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외국 기업들이 얼마나 많이 국내 안경원의 진출을 시도했는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만약 이 법이 없었으면 지금쯤 한국 안경시장은 일본판이나 미국판이 되었을지 모른다.
외국의 한 글로벌사가 인천 송도에 공테 매장 하나를 오픈해도 가슴에 철렁 내려앉는 판이다. 더구나 이 제도가 없었으면 안경사들은 안과 병원 문턱이 닳도록 찾아다녔을 것이다.
안경사제도가 없었을 때 많은 안경사들이 처방전을 받으려고 안과에 목매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렇다면 안경사제도와 콘택트법에 보호받는 안경사들의 현주소는 어떤가.
대부분의 안경사는 살림살이가 예전보다 못하다고 푸념이다. 안경시장이 열악해진 것이 안경사 자신들 때문인데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세상 탓을 하고 있다.
콘택트법이 폐기될 위기에 처해진 것도 안경사들의 책임이 크다. 안경원에서만 유일하게 판매하는 금쪽같은 콘택트법을 보호하고 활용하기는커녕 사은품정도로 방치한 장본인이 안경사이다.
법까지 만들어 안경사 단독판매를 보장해준 콘택트렌즈를 가격경쟁과 증정품으로 내몰았으니 남의 탓을 할 수가 없다.
아무리 주변 안경원과 코피 터지는 경쟁을 하더라도 사은행사를 하려면 볼펜이나 수건 같은 선물용품을 증정해야 되는데, 안경사의 생존도구인 안경류를 가격경쟁 속으로 내몰았으니 시장이 무너지고 피폐되는 것은 당연하다.
콘택트법이 조만간 폐기되는 시험대에 오른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여름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짝퉁안경이 튀어나오고, 잊을 만하면 컬러 콘택트가 언론에 뭇매를 맞을 때 안경사들은 무엇을 했는가. 자신들의 일을 남의 일처럼 무관심하고, 일이 터질 때마다 동네 불구경하듯 아무 대응도 않고 멀뚱멀뚱 쳐다만 본 것이 안경사들이다.
최근의 안경원 주변 상황은 어느 불길부터 잡을지 모를 만큼 곳곳이 불타고 있는 형국이다.
정작 소방서 역할을 해야 될 협회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안경사는 이제 바람에 순응하던지 아니면 역풍을 이용하던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할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 돛을 돌리는 것이 기본이다. 바람이 바뀌었는데 돛의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움직이지 못한다.
심하면 배가 난파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