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안경산업의 양대 축의 하나인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직원이 한둘도 아니고 한순간에 10여 명이 넘게 무더기로 징계를 받더니 원장마저 돌연 사임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고 그 며칠 뒤에는 진흥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사람마냥 갖가지 비리 의혹을 양파 껍질 벗겨내듯 까발렸다.
아직은 사실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는 제보에 불과하지만, 이 내용이사실로 판명나면 국내 안경산업의 중흥을 위한다고 떠들던 진흥원은 그동안 비리의 본산이고 백과사전이었던 셈이다.
공금횡령부터 성추행까지 온갖 추한 소문에 대구지역 안경인들은 낯이 뜨겁고, 천금 같은 시비(市費)를 지원하던 대구시는 난처한 모습이 역력하다. 센터에서 진흥원으로 확대 개편된 지 불과 14개월 만에 터져 나온 이번 사태로 대구시는 진흥원의 폐쇄까지 고려한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국내 안경산업을 떠받치는 안경사협회도 잡음이 그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중앙회의 당연직 대의원에 속해 있던 16개 시도지부장을 대의원에서 빼내는 정관 개정안을 불쑥 들고 나와 지부들이 시끄럽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앙회가 서울 지부장을 면허대여자로 고발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고, 설상가상 세계적인 글로벌 의류기업인 유니클로와 대형 마트체인 코스트코는 매장에서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버젓이 판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생활현장에서 뛰고 있는 안경사 입장에서는 협회가 한가롭게 정관 개정에 나설 때가 아니고, 힘들게 생산활동에 전념하는 대구지역 생산업체들로서는 진흥원이 자중지란을 일으킬 때가 아닌데 서로 앞장서서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
기관이나 단체도 사람처럼 초심을 잃지 않아야 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협회나 진흥원도 처음에 설립할 때 근본 목적과 취지가 있고, 이러한 근본이 되는 초심은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가진 대표라도 훼손하면 안 된다.
단체나 기관의 활동은 오로지 소속 회원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기 헌신과 도덕성으로 주위의 인정받도록 투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대표자가 도덕성과 공익성을 외면하면 그 피해는 소속된 회원이나 관계자에게 돌아간다. 안경업계의 발전과 미래를 창조하는 의무를 가진 책임자는 소의(少義)보다 대의(大義)를 따라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래서 진흥원과 협회에 과다한 인용이겠지만 오랜만에 소설 춘향전의 모티브가 되었던 청백리 성이성(成以性,1595 ~ 1664)이 지은 시 구절을 읊는 것도 의미가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금준미주는 천인혈(金樽美酒 千人血)이요, 옥반가효는 만성고(玉盤佳肴 萬姓膏)라
촉루락시 민루락(燭淚落時 民淚落)이면 가성고처 원성고(歌聲高處 怨聲高)라
(금동이에 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쟁반에 맛있는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