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지식은 극히 제한적이다. 인간에게 지식은 지혜와 명철의 일부로 드러난다. 여기에 지혜는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직관적이며, 명철은 분석하고 계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편적으로 인간은 지식의 경험으로 쌓아 올린 지식 즉 편견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아는 것도 물어가는 것은 ‘편견에서 벗어나라’는 뜻이다.
동서양의 색상, 색채에 관한 차이는 문화적인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각각의 나라는 자연, 지리적 환경, 풍습 등 문화로 인해 독창적으로 발전했으며 색채의식 또한 마찬가지다.
동양인의 색채의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정식적인 색인 오방색(五方色)으로 이는 음양오행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두 번째는 일상의 색인 백색(白色)과 무채색(無彩色)이며, 이유는 유교와 태양을 숭상하던 민속신앙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은 색채를 관념적으로 보았으며 우주만물의 시초와 조화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보았다. 그리하여 동양의 색 상징으로 오방색으로 첫째로 황색(黃色)을 꼽았다.
황색은 예로부터 신비스러운 색상으로 신성시되어 왔다. 황색은 오색의 중심으로써 방위로는 중앙에 해당하며, 오행 중 토(土)로서 오상(五常)에 따라 믿음(信)을 관장한다.
두 번째 청색(靑色)은 백색과 함께 우리 민족이 가장 선호하는 색으로 유교적 금욕주의에 의한 정신적이며 고결한 색의 상징으로 여겨왔다.
또 우리나라가 지리적으로 동쪽에 자리 잡고 있어서 동이족(東夷族)이라 불렸고, 우리나라에서는 녹색(綠色)도 청색의 범주가 포함되어 통상 파랗다는 단어로 전해진다. 방위로 동쪽을 뜻하고 소생을 상징하는 색이다.
세 번째 적색(赤色)은 흔히 홍색(紅色)계와 자색(紫色)계로 구분하고 있다. 방위는 남쪽이며 인간의 예를 관장한다.
네 번째 백색인 흰색은 소색(素色)으로 불리기도 하고 방위로는 서쪽(西白虎), 오행 중에 금(金), 인간의 의(義)를 관장한다.
여백(餘白)의 차(差)는 한국의 대표적 아름다움이다.
다섯 번째 흑색(黑色)의 방위는 북쪽 겨울에 해당하고, 인간의 지혜를 관장하며 은밀하고 현묘(玄妙)하다.
이에 반해 서양의 색채는 신비주의자, 철학자, 성직자들의 지지를 받아야 했으며 각자의 상상력과 자유로운 생각을 부여할 수는 없었다.
색채는 심미적인 효과와 체험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며 인간 영혼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었다.
검정은 모든 빛을 흡수하는 색으로 신비, 정숙, 엄숙함, 권위, 세련, 이엄을 나타낸다. 빨강의대표적인 것은 불(火)과 피(血)로 상징되며 이는 시대의 문화와의 차이를 막론하고 실존적인 의미를 갖는다.
노랑은 생명의 근원인 태양과 지상의 부(富)의 척도인 금과 연결되어 문명 개화를 상징한다. 흰색은 빛의 색으로 신(神)의 색을 상징한다. 파랑인 청색은 바다나 우주를 묘사할 때 사용하는데 차분하고 안정되며 드러내지 않고 있는 성질을 갖고 있다.
색채는 실내 환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단순한 미적 감각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