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울역 고가도로가 부실해 자동차를 밀어내고 시민에게 공원으로 내주겠다는 한 사람의 옹고집 시정(市政)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불편을 주는지 똑똑히 보고 있다. 난데없는 교통 체증으로 장사를 망쳐버린 염천교 구두상점들이 쏟아내는 구호는 애절하다 못해 처절하고, 주변의 도로바닥은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치는 자동차 접촉사고 때문에 차바퀴를 그린 흰색 페인트 선이 거미줄처럼 얽혀있다.
국내 안경산업을 중흥시키겠다고 설립된 대구의 진흥원도 갖가지 비리와 추문을 일으키며 얼마나 많은 안경인들에게 허탈감을 주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20명이 조금 넘는 진흥원에서 들려오는 갖가지 추한 소문은 스릴과 긴박감이 넘치는 막장 드라마처럼 기가 막힐 정도다. 서민들 귀에 딱정이가 붙도록 들어왔던 방산 업체들의 비리를 무색하게 만드는 진흥원의 낯 뜨거운 소문에 대구 안경인들은 벼락 맞은 기분이다.
솔직히 아무리 되짚어보고 따져 봐도 이해할 수 없는 곳이 대구 진흥원이다.
남들처럼 매출 걱정은 물론이고 세상천지가 불경기에 신음할 때 애간장을 태울 일도 없는 진흥원이 해마다 국비와 시비를 꼬박꼬박 받아가며 정상 경영의 흉내만 내도 그만인데, 무슨 사심이 많아서 땅바닥만 파고 있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23명에 불과한 조직에서 한꺼번에 15명이 징계를 받고 3명이 육아휴직 중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어느 조직이든 승리 방정식을 풀려면 구성원 전체가 운동 선수단처럼 유기적이고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조직은 규모에 관계없이 감독직을 맡은 책임자는 처신에 흠결이 없어야 되고, 직원은 소속된 업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적으로 근무해야 한다.
그런데 선수단을 위임받아 대리 운영하는 감독이 엉뚱하게도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을 편이나 나누고, 공사(公私)를 구별 못하고 선수들의 일탈 행동을 방치하면 그 조직은 사망한 것과 같다.
그동안 대구 안경테 생산업체 관계자들 대부분은 진흥원 원장이 자신과 가까운 측근 업체들만 챙긴다고 불만을 쌓아왔다. 또 한국 안경산업의 발전을 도모해야할 진흥원이 업계의 고충은 외면한 채 공무원 뒤만 쫓아다니며 자신들의 보신만 챙긴다고 얼굴을 붉혀왔다.
업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진흥원 감독은 안경산업 발전을 위하는데 제 역할을 못하고, 직원들의 잘잘못에 신상필벌도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직원을 성추행한 간부가 피해자인 직원에게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오합지졸 같은 집단, 공문서를 허위 작성해 국민의 세금을 편취한 직원에게 땜질 징계만 해대는 조직은 자신이 소속한 업계 전체를 배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집단이 썩으면 회생이 불가능한 말기암 환자 모습과 다르지 않다.
‘검정 먹을 가까이한 사람은 검게 된다’는 옛말이 근묵자흑(近墨者黑)이다. 갖가지 비리와 추문이 난무하고, 공사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면서 감추기만 급급한 집단은 이미 검은 집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