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게이트(Gate)는 출입문이다. 그러나 단어 뒤에 붙으면 추문 또는 스캔들이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잘 알다시피 미국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한 괴한이 상대측인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건물인 워터게이트빌딩에 몰래 침입해 설치한 도청장치가 발각된 사건이다. 재선을 꿈꾸던 닉슨 대통령은 이 사건으로 중도 사퇴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나라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사람이나 장소, 또 핵심이 되는 단어 뒤에 게이트가 붙어서 부정부패 같은 부정적 의미로 쓰인다. 박연차 게이트, 성완종 게이트, 또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추악한 최순실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안경사협회가 뜬금없이 임시대의원총회를 수안보에서 개최했다.
정관을 개정하기 위해 긴급 소집한 이번 임시총회에서 집행부가 내민 개정안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 단체가 4만여 회원을 자랑하는 법정단체인지 의구심이 생긴다.
누구의 발상으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관 개정안이 튀어나왔는지 모르지만, 안경업체들로부터 기탁 받은 협찬금을 세무상으로 쉽게 처리하기 위해 복지단체화를 노렸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협회 정관 3조에 ‘국민건강과 시력보호’라는 자구를 뒤로 밀어놓고 엉뚱하게 ‘사회복지’라는 자구를 앞에 넣겠다고 전국 대의원을 불러모아 바보로 만들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안경사협회는 소외된 불우이웃의 복지와 봉사를 위해 설립된 사회복지단체가 아니다. 안경사들이 경제•사회적으로 이익을 보호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이익단체다.
그런데 집행부가 협회 설립의 근본 취지를 무시한 채 업체의 협찬금을 마음대로 떡 주무르려고 정관에 ‘사회복지’라는 자구를 추가하려고 꼼수를 부렸으니 수안보게이트라고 부르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이 집행부가 말도 안 되는 정관 개정을 위해 정기대의원총회를 불과 3달 남겨둔 시점에 수안보 골짜기에서 임시총회를 개최한 것은 회원을 무시한 오만한 일이다. 더구나 ‘협회의 사회복지화’라는 꼼수 개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던 것은 전국의 대의원을 우습게 봤다는 반증이다.
지금 일선의 안경사들에게 시급한 것은 불필요한 정관 개정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다. 정상적인 협회 집행부라면 영구집권을 꾀하기 위해 정관을 개정할 때가 아니고, 안경원의 빼앗긴 9가지 장비를 찾기 위해 심기일전하고,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뚝뚝 떨어지는 안경원의 영업환경 개선을 위해 죽음도 불사하며 달려들어야 한다.
회원들이 어렵게 납부한 회비를 회원 사업은커녕 멀쩡한 정관을 자기들 입맛대로 붙이고 잘라내어 누더기를 만드는데 펑펑 써대면 선량한 회원만 골병든다.
법정단체의 집행부가 국정을 농단하는 최순실 스타일로 협회를 운영하면 회원이 불행하고 불쌍해진다.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면 그 버릇에 물들기 쉽다는 말이 근주자적(近朱者赤)이다.
나쁜 정관은 회원을 나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