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누가 먼저 할 것 없이 ‘제일점방’으로 모여든다. 하나 둘씩 모여든다.

‘어서 오시라요!’ 관서지방 사투리로 인사하는 버릇은 경북의대 안과주임교수였던 송 원장의 인사를 흉내 내는 우스개 인사가 재연되는 것은 필자 또한 그곳 태생이기 때문이다.

대구 중심가에 있는 송 교수가 퇴임 후 개원한 곳에 의안 제작, 콘택트렌즈, 검안과 피팅법을 송 원장의 지도하에 배우고 익혔기 때문이다. 자리를 부산으로 옮겨 있다가 맞은편에 콘택트렌즈 전문업소를 차리자 소프트렌즈가 시판되면서 렌즈업이 각광을 받게 되는 행운을 타게 되었다.

필자 또한 대형 안경원에서 콘택트를 취급하다가 독립하여 사무실을 차리고 주로 백내장적출(무수정체, aphakia), 노인환자가 다수였다. 요즘처럼 인공수정체 삽입술이 시행되기 전이라 천상 +렌즈를 끼우지 않으면 모든 것에 불편함이 많아 무수정체 -렌즈를 선호하게 되어서 장점은 많으나 그 중에서 끼고 잘 수 있는데 반해 렌즈에 부착되는 분비물이 끼는 관계로 주 1회 정도 소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수반되는 폐단도 없지 않았다.

문명의 이기의 한계를 실감할 뿐 나의 행운이 상대의 불행을 안겨준다고 생각지는 않았다.

‘슬슬 다 모였는가 봐요.’ 연장자인 조봉수 형씨가 내가 늦으나마 들어서는 것을 보고 반가워하는 소리다.

예나 다름없이 ‘얼추 다 모였는가베! 오늘은 내가 마루야끼(まるやき, 통닭구이)를 주문함세.’ 일본 태생으로 그곳에서 학교도 다녔고 해서 웬만한 말은 일본어로 쓰기에 생소하게 느끼는 일본어 문자임을 잘 알아듣지 못할 때가 가끔씩 있었다.

소주도 몇 병 주문대로 배달되고 소형냉장고에선 김치와 초고추장과 함께 드릅나물도 내민다. 다섯 명에게 넉넉할 통닭구이 두 마리는 들지 않아도 배부르다, 다 같이 건배다. ‘우리들의 변치 않는 우정을 위하여.’

우정론은 변치 않는 고전에서 찾아야 한다. 로마 공화정 때의 정치가이며 철학자인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 BC 106~BC 43)가 갈파한 「우정론」을 소개해야겠다.

우정은 선한 사람들 사이에서만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여기에서 선한 사람이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의 행동에서 성실과 정직, 공정성과 아량도 보여주는 사람들, 탐욕과 방종, 그리고 파렴치한 행위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 굳건하게 소신을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덕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우정이 싹트는 것이고 그런 우정이 의미 있는 것이다. 미덕이 우정을 낳고 지켜주니 미덕 없이 우정은 어떤 경우에도 존속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해관계로 맺어진 인간관계는 우정이라 할 수 없다. 만약 이익이 우정에 정착하려면 이익이 사라지면 우정도 해체될 것이 아니겠나.

어떤 이슈에 대한 토론에 있어서도 구동존이(求同存異)를 생각이 우선하는 것이 선결문제라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는 문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