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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병신년에 대한 소고(小考)
  • 본지 허선
  • 등록 2016-12-31 07:18:26
  • 수정 2016-12-31 07: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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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이 어지럽고 어둡다. 연초에 세웠던 도착지가 어디쯤인지 천지분간도 안 된다.


어차피 아쉽고 후회가 많은 때가 세밑이지만 올해처럼 속절없이 허허로운 때도 드물다. 세상의 모든 형편이 최순실에 가려지고, 시시각각 쳐들어오는 세상 안팎의 우울한 뉴스가 체념만 키워놓는다. 사업이 침체되고 건강이 나빠져도 핑계거리가 도처에 널려있는 기막힌 2016년이 자기 할일 다했다는 듯이 한 해를 재촉하고 있다.


사실 안경사에게 지난 과거만큼 영광스런 때도 없다. 2만여 안경사가 힘을 모아 안경사제도를 만들던 1989년만 해도 세상이 이렇게 척박하게 변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2년 뒤인 1991년에 안과의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승소할 때는 어땠는가. 그야말로 안경사들의 이상과 희망은 한 마디로 분기탱천했다. 안경사법을 반듯하게 만들려고 1차 안경사 국가시험을 거부할 때도 두려움은 없었고, 8개 의료기사단체 중 유일하게 의사의 관리 감독을 받지 않는 것은 당연한 권리였다.


그러나 그러한 기개가 30여년이 지난 사이에 무기력증에 빠지고, 영업 매출이 내일을 기약할 수 없을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오직 안경사들의 잘못이라면 미래보다는 과거의 영광에 안주했고, 세상이 혁신을 외치며 변화할 때 귀를 닫았을 뿐이다. 안경사법이 굴러들어온 호박이라고 배에 힘줄 때 어정쩡한 운신이 잘못이라면 유일한 잘못이다.


안경계가 성공하려면 오랜 과거까지 갈 필요가 없다. 안경계가 80년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변명 없이 혁신하고 뭉쳐야 한다.


안경 가격표시제를 꾸물대지 말고 힘을 합쳐 시행하고, 안경의 보험화 적용도 죽을 각오로 추진해야 한다. 1989년 안경사제도가 입법화할 때의 시대적 소명, 정신적 사명으로 다시 태어나야 망가진 업권을 되살릴 수 있다. 안경사 회원을 이끄는 책임자들은 사욕과 과욕을 버리고, 안경산업을 부흥시켜야할 관리자들은 곪은 곳을 째고 고름을 짜내는데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페러데이 법칙을 발견한 영국의 물리학자 마이클 페러데이는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행동은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밖에 있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라고 했다. 사람의 우유부단함을 지적한 말이다. 어정쩡한 태도가 지금의 안경사에게는 역적이고 매국노이다.


새해는 안경인에게 결코 만만한 해가 아니다. 최순실 사태로 빚어진 촛불시위가 당분간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도 안경원의 매출 하락을 부추길 것이 뻔하다.


이런 와중에 안경사 개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안경의 정상 가격을 파괴하거나 유통을 분탕질하는 행위를 삼가해야 한다. 협회나 진흥원의 실력자들도 업권 신장에 몰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개혁을 가장해 무리하게 정관 개정에 나서고, 엉뚱한 정책으로 사욕을 앞세우면 최소한의 업권마저 도루묵으로 만든다.


밀물이 있으면 썰물이 있고, 어느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쪽은 포기하는 것이 세상 이치다.


새해는 지난해보다 좋아야 사는 재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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