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안경원을 20년 넘게 운영해온 어느 원장은 자신을 안경원만 바라보고 살아온 바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경원만 생각하면 눈물이 나도록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별 탈 없이 자식을 키운 것도 안경 때문이고,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 하지 않고 살아온 것도 안경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안경사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은 그는 “그러나 이제는 안경계 곳곳에 종말 현상이 나타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종말 현상은 안경원에 선글라스 고객이 자취를 감춘 현상, 라식수술에 이어 노안교정 같은 렌즈 삽입술이 발달하는 현상, 안경원만 판매하는 콘택트렌즈를 마진 없이 경쟁 판매하는 현상, 이제는 안경사의 자존심인 누진렌즈까지 할인경쟁에 내모는 것이 종말의 전조 현상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는데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지 않은 유통 구조와 젊은 안경사들이 안경원을 기피하는 것도 종말 현상의 하나라고 말했다.
결국 강남 원장의 말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제 안경원은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갑자기 협회 집행부의 무능을 질책했다. 그는 협회가 오히려 안경사를 희망의 반대편인 절망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협회가 회원의 권익사업도 변변하게 못하면서 엉뚱하게 우리나라에 전혀 없는 단독법을 혼자 만든다고 회원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또 현 집행부가 영구 독재집권하기 위해 멀쩡한 정관을 뜯어고치며 회원 분열에 앞장선다고 말했다.
안경원의 9가지 필수장비를 잃고서도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집단, 안경사가 가장 가까이 지내야 되는 주무부처와 대척점에 서있는 협회에 무슨 희망이 있냐는 것이다. 오히려 일선 안경사를 절망으로 밀어 넣는 것이 협회라고 말했다.
사실 요즘의 동네 안경원은 먹고살만한 품목이 하나둘씩 사라지며 바람 빠진 풍선 모습이다. 안경원이 위기라는 말들이 십 수년째 따라다녀도 개선된 것이 없다. 안경 객단가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도 이를 바로 잡을 사람이 없다보니 하늘만 쳐다보는 갈라진 논바닥 신세가 요즘의 안경원이다.
어떤 원장은 안경원이 매출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국가에서 지급한 안경사 계급장을 떼어내어 장사꾼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기도 한다. 매출이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안경사라는 계급장은 한낱 갓 쓰고 장화 신은 양반 모습과 같다는 것이다. 지난 연말을 거치며 일선 안경원은 바람 앞에 한 발짝 더 다가선 등불처럼 위태하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협회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왜냐하면 안경사협회는 회원을 가득 태운 대형버스와 같기 때문이다.
협회 집행부인 운전사는 회원 승객을 위해 수시로 차량을 점검하며 안전운전을 해야 될 책임이 있다. 급작스럽게 튀어나오는 돌출물을 예상해 방어운전도 해야 되고, 급가속이나 급정지, 급회전, 급차선 변경도 피해야 한다.
협회의 비정상적인 운전은 승객인 회원을 사고로 이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