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의 9가지 필수장비를 되찾아오는 개정안을 마침내 발의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년간 옴짝달싹 못하게 묶여 있던 의료기사법 시행규칙 제13조와 15조 제2항(안경업소의 시설기준 등)이 개정된 지 만2년이 지나면서 올해 2월 3일부터 법률 개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안경원의 필수장비를 삭제한 의기법 시행규칙의 부칙 제26조(규제의 재검토)는 ‘기준일을 기준으로 2년마다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개선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것으로 드디어 올해부터 안경원의 장비를 복원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안경원의 장비를 복원하는 문제는 지난 23일 개최된 대안협 대의원총회에서도 제기되었다. 어느 대의원이 기타 안건 시 9가지 장비를 되찾는 문제를 질의, 이에 협회 집행부가 장비를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본지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의 주무관에게 장비 개정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또 20여일 전에 새로 부임한 주무 담당관에게 확인한 결과 전임자로부터 특별한 언질을 받지 못하고, 대안협으로부터는 장비의 협조 공문이 전부라고 말했다.
현재 안경원을 신규 개설할 때는 의기법 시행규칙에서 안경원의 9가지 장비가 삭제됨으로써 안경사 면허증과 판매대, 안경테, 그리고 안경사가 필요로 하는 장비만 갖추어 놓으면 개설등록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는 근래 안경업계의 현안으로 대두된 이른바 공테 안경원의 등장을 법률적으로 뒷받침해 주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안경원을 개설 등록할 때 필요한 서류는 안경사 면허증 사본, 개설등록 신청서, 사업장 도면이 전부이다. 신청서와 함께 장비 개요서를 제출해야 되지만 보건소마다 확인 절차는 천차만별이다. 어느 보건소 담당자는 ‘안경원 장비는 단순한 확인 차원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서울 K구 보건소 보건의료과의 담당자는 “의기법 시행규칙 제15조에 ‘판매에 적합한 시설과 장비’ 자구가 있지만 어떤 장비를 갖춰야 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아 보건소마다 장비 목록을 다르게 답변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 보건소는 개설 허가 후에 안경원의 장비를 확인하고 있지만, 솔직히 지금은 예전과 달리 간단하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안경사회의 한 상임이사는 “9가지 장비가 명문화되어 있을 때는 개설등록 시 보유 장비를 철저히 확인받았지만, 지금은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니 공테 안경원이 쉽게 개설되고 있다”고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
복지부, “장비 지정은 규제로 검토 필요”
안경원의 필수장비가 이처럼 시행규칙에서 삭제된 것은 보건복지부가 안경사단독법을 추진하는 협회 집행부에 괘씸죄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국회의원을 앞세워 국내에 제정할 수 없는 단독법을 추진하며 대안협이 미운털이 박혔다는 시각인 것이다. 실제로 업계 일각에서는 담당부처의 과장이 협회 집행부 고위 인사에게 ‘협회가 가지고 있는 것이나 잘 지키시라’는 언질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주무 과장이 이런 언질을 내비칠 때는 안경원의 9가지 장비를 삭제하는 개정안이 입법예고 중일 때였다. 결국 장비를 삭제 당한 18대에 이어 19대 집행부가 책임자 규명이나 처벌도 없이 잃어버린 장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협은 평온한 분위기다.
대안협 중앙회는 본지가 지난 7일 안경원의 삭제 장비를 묻는 질의에 대해 답변서를 통해 “지난 2015년에 개정된 의기법 시행규칙은 안경사의 업무범위 축소가 아닌 안경원 개설 시 시설기준 신고절차에 대한 간소화 때문”이라며 “해당 시행규칙의 상위법인 의기법과 시행령에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시력검사할 수 있도록 명시되어 있는 등 안경사의 업무범위와 역할에는 변함이 없다”고 장비 삭제의 의미를 애써 축소했다.
이어 대안협은 이 답변서에서 “다만 협회는 시설 및 장비에 대한 법적 기준을 확고히 해 업권을 수호하기 위해 관련 사안을 학계 및 안경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여 안경원 현실에 맞는 장비를 갖추도록 하는 개정안을 주무부처와 협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주무부처와 최종적인 협의가 종료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상세하게 알릴 수 없다”고 전했다.
지난 수십 년간 안경원의 필수장비로 이용되고 명문화된 9가지 장비를 되찾는 당연한 일에 협회는 엉뚱하게 ‘현실에 맞는 장비, 학계 및 안경사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말의 성찬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안경사회의 한 부회장은 “지금까지 중앙회가 안경사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를 복원하기 위해 행정사무를 전개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다”며 “장비를 읽어버리고도 책임을 전혀 지지 않는 집행부의 연장선에 있는 현 집행부도 장비를 되찾는 일에 무신경한 상태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의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안협에서 근래 안경원의 장비가 다시 지정돼야 한다며 공문 등으로 의견을 전하고는 있다”며 “하지만 다시 안경원의 장비 목록을 지정한다는 것은 일종의 규제사항이 되는 것이기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현재 업계 일각에서는 안경원의 장비를 되찾는 작업은 진작부터 시작되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다. 지난 2월초부터 법을 개정할 수 있었으므로 작년 초부터는 이미 개정 작업에 착수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문의 02)756-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