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법 시행규칙에서 안경원의 9가지 장비가 삭제당한 지 만2년이 지났다.
안경사들에겐 이제 비로소 올해 2월 3일부터 빼앗긴 장비를 다시 찾는 길이 열렸다. 지금 시점에서 후회되는 것은 장비가 삭제되던 2년 전부터 복원에 나섰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는 점이다.
장비가 삭제되던 그 순간부터 눈을 부릅뜨고 찾았다면 지금쯤 예전처럼 장비를 복원했을지 모를 일이다. 법에서 정한 2년을 채우고 부랴부랴 복원작업에 나서는 것은 마치 사람이 죽은 뒤에 약을 짓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과 다르지 않다. 협회가 회원들 볼 낯이 없게 되었다.
더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장비 찾기가 쉽지 않다. 대안협의 어느 임원은 예전보다 더 좋게 장비를 찾아오겠다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시행규칙에 안경원의 장비를 다시 명문화시키려면 안경사의 상대인 안과단체에서 용인을 받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안경사의 우군(友軍)처럼 보이는 복지부도 걸림돌이다. 시행규칙에서 장비를 삭제한 장본인이 복지부이기 때문이다. 장비를 삭제한 복지부가 손쉽게 안경사 편을 들어줄 수 없다는 말이다. 안경원의 장비를 제자리에 놓으려면 복지부가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얼마 전 복지부 관계자는 본지에 “안경원의 장비를 새로 지정하는 것은 일종의 규제로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난색을 표명했다.
반백년 넘게 안경원에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던 장비를 제자리에 놓는 일을 주무부처가 ‘새로운 규제’라고 말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 수년간 대안협과 복지부의 관계는 진보와 보수만큼 사이가 멀다. 대안협의 정기총회에 복지부 담당관조차 모습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경색된 것이 요즘의 양측 관계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안경사협회 집행부는 의기법 시행령에 ‘장비’라는 자구가 명문화되어 장비 목록이 시행규칙에서 삭제되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시행규칙의 상위법인 시행령에 ‘장비’라는 자구가 있으므로 하위법에서 장비 목록이 빠졌다고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장비 삭제의 원인제공자인 대안협이 무책임한 말의 성찬만 늘어놓고 본질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회원 안경사들은 안경원의 장비가 삭제된 이유를 안경사단독법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협회 집행부 몇몇 인사들이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결코 입법화할 수 없는 단독법을 만든다고 국회의원 뒤만 쫓아다니다 주무부처에 밉보이며 삭제 당했다는 것이 안경사들의 판단이다.
수상누각(水上樓閣)에 불과한 안경사단독법 추진이 오히려 장비를 몽땅 빼앗기게 만든 동인(動因)이라는 지적이다.
협회가 주무부처에 등을 돌리는 사업을 반복하면 회원의 삶이 피폐해진다. 그것도 정치꾼이 판치는 국회라는 환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또 한 번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지금 안경계의 식자들은 안경원 장비를 보다 원활하게 찾으려면 집행부가 한 발 뒤로 물러나 장비복원대책위원회 같은 별도 기구를 구성해 움직이게 하는 이성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