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 안경산업은 비정상이 일상화된 지 오래다. 안경원에 선글라스 고객이 사라지고 공테 고객이 늘어나는 것도 안경사 입장에서는 비정상이 일상화된 모습이다.
더구나 대구 안경제조 현장에서는 중국의 부품을 수입•조립하던 비정상인 생산이 일상화되더니, 이제는 조립생산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아예 안경테를 수입하는 회사로 변화하고 있다.
이처럼 안경생산의 비정상이 일상화되니 모넬, 양백, 티탄 등 안경테 원자재 소재산업까지 덩달아 침체에 빠지고 있다. 한국의 안경산업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한국 안경산업을 위해 생산에 매진할 것을 종용해도 소용이 없다. 원래 어떤 분야든 수요와 공급 룰이 무너지면 쇠퇴기에 들어선다. 국내 섬유산업이 그랬고, 석탄이나 조선산업도 이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경우는 다르지만 세계적인 필름 제조사 코닥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고도 잘못된 대응으로 몰락한 회사다. 디지털 카메라를 호기 있게 개발만 했을 뿐 필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우물쭈물하다가 몰락했다.
그러나 국내 안경산업은 코닥 필름처럼 시대의 변화에 떠밀려가는 사양산업도 아닌데 서둘러 생산을 포기하고 있다. 생산단가가 비싸서 생산 의욕이 떨어지고, 중국보다 경쟁력이 취약해졌다고 생산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국내 안경산업이 퇴락하는 것은 기업가들이 편한 것만 찾고, 최고의 상품을 생산하겠다는 기업가정신이 무뎌졌기 때문이다.
올해 초에 세계기업가정신 발전기구(GEDI)에서 발표한 ‘2017 글로벌 기업가 정신지수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문제가 많다.
한국이 세계 137개국 중 27위여서 숫자만 볼 때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심각하다. 한국이 GDP가 1조4천억 달러(11위)를 기록했으면서도 기업가정신이 칠레나 대만보다 낮고, GDP가 한참 뒤에 있는 109위의 아이슬란드보다 뒤쳐진다.
한국이 경제 규모는 성장했으나 기업가정신이 갈수록 초라하고, 제품 생산에 마마보이인 셈이다.
현대 경영학의 대가인 피터 드러커는 20년 전인 1996년에 한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기업가정신이 활성화된 국가로 꼽았다. 그러나 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 세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업가정신이 실종되었다고 꼬집는다.
특히 GEDI는 한국이 기업가정신 위축으로 일본의 뒤를 따라 ‘잃어버린 20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한국 안경산업이 추락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때문도 아니고, 혁신에 뒤쳐져서도 아니다. 단지 기술이나 소재 개발보다는 편하게 돈버는 성공방정식을 택하기 때문이다.
이제 안경산업의 기업가들은 어려운 생산환경에 기가 꺾이고 ‘나만 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심을 버리자.
의욕을 갖고 소재 개발에 힘쓰고 디자인 혁신에 나서면 틀림없이 튼튼하게 성공할 수 있다고 믿자. 한국 안경이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