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만큼 억울한 직업도 드물다. 전문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 면허인이면서도 국민에게 합당한 인정도 못받고, 그렇다고 생활면에서 별다른 보장도 받지 못하니 하는 말이다.
심지어 이곳저곳에서 국가공인 안경사가 폭리나 취하는 장사꾼으로 오해받기 일쑤이다. 이제는 거품이 빠져서 안경가격이 맨살이 드러났는데도 국민들은 여전히 안경가격을 믿지 않고 있다.
안경원을 개설•운영하려면 정규 학과를 졸업해 안경사 면허를 취득하고, 적게는 수억 원에서 많게는 십 수억을 투자해야 한다. 그런데도 현실은 투자비는 고사하고 인건비 건지기도 힘든 것이 안경원의 현주소다.
그러니 안경사가 깔끔해서 보기 좋다는 것은 옛말이고, 안경사의 업권을 보호한다고 제정한 안경사제도는 심하게 표현해 허울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8개 의료기사 중에서 자신의 전문 업무를 수행하며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직업은 안경사가 유일하다.
치과기공사나 의무기록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물리치료사, 치과기공사 등 모든 의료기사들이 자신들의 전문적인 업무로 수입을 얻는데, 유독 안경사는 자신의 고유 업무를 수입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세상이 바뀌어 부득이 안경의 기술료를 청구하겠다는데도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행위라며 시정명령과 과징금이라는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국민의 시력을 보전•유지하는 안경사의 전문 고유업무의 당연한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안경만 판매해 먹고 살라고 장사꾼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동화 <</span>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주인공 앨리스가 이상한 약을 마신 후 몸이 줄었다가 커지기를 반복하며 땅속 나라를 여행하는 이야기다.
어느 날 앨리스가 땅굴에서 이상한 물약을 마신 후 몸이 거대해져 눈물 한 방울 흘리면 땅속 나라에 큰 물웅덩이가 생기고, 어떤 때는 하얀 토끼가 떨어트린 부채바람에 앨리스의 몸이 조그맣게 작아져 자신의 눈물로 만들어진 연못에 빠져 수난을 겪는 이 동화는 그야말로 앨리스의 꿈속 좌충우돌에 관한 이야기다.
요즘 안경사들은 자신의 앞날과 운명을 걱정하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좌충우돌 망상을 펼치고 있다. 하루 종일 고객을 기다리며 수십 번씩 성(城)을 쌓았다가 허물고 있다.
염치 불구하고 안경 인터넷 판매를 시작할지, 아니면 안경계가 난장판이 되든 말든 상관없이 어느 안경원처럼 초특가 판매에 뛰어들어 생활에 보탬을 줄지를 수없이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안경사라는 직업은 국민에게 인정도 못 받고, 그렇다고 돈도 벌지 못하면서 매년 8시간씩 보수교육을 이수하고, 3년마다 신상신고하는 책임들은 많은 대신에 보장은 하나도 받지 못하는 억울한 직업으로 전락했다.
안경사 신상신고 제도의 시행으로 금고가 커진 협회는 이제 안경사를 신나게 만들어야 한다. 협회가 안경사의 억울함을 풀지 못하면 존재 의미가 없다.
지금 안경사 직업은 너무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