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판매사는 1989년 안경사법 제정 이후 지난 29년 동안 암암리에 존재해 왔다.
그동안 개설 안경사의 친척이나 지인이 면허 없이 안경원에 근무해온 것이 사실이다. 나 역시 과거 안경광학과 재학 시절에 집이나 대학 근처 안경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방문한 고객들에게 음료를 제공하거나 청소를 했고, 바쁠 때는 안경사를 대신해 시력보정용 안경테를 추천하기도 했다.
현재 안경원에 안경판매사 고용이 이슈로 불거진 이유는 가족을 포함한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던 판매사가 이제는 구체적으로 그 실체를 정의해야 되는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이번 복지부의 유권해석은 무도수 안경의 판매를 독립 업무로 구분하겠다는 새로운 기준 제시로서 안경업계도 안경판매사에 대한 구체적으로 정의를 내릴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최근에는 1인 안경원뿐만 아니라 대형 또는 체인 안경원도 안경판매사를 고용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 경기침체와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감소하면서 임차료가 인건비를 역전하는 기이한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어쩔 수 없이 판매사 고용이 현실로 다가선 것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내수경제 환경에 맞춰가는 이 같은 변화로 예비 안경사들은 암울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서 저가 안경테를 판매하는 일부 체인점은 패션 감각이 있는 안경판매사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 대부분의 안경원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안경 전공자인 주부 안경사와 재학생 인턴을 파트타임으로 선호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1989년 안경사법 제정 이후 국가공인 안전문가로 인정받던 안경사가 지난해 안경원의 장비 삭제에 이어 이번 안경판매사 허용을 담은 유권해석 등으로 큰 위기를 맞았다는 점이다.
앞으로 안경업계가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문제인데 일단 무도수 안경을 무면허자가 판매하지 못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복지부 해석은 안경원이라는 공간을 단순한 생필품 소매점으로 생각하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기에 논리적으로 그 근거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안경원에 전문지식이 없는 무면허자가 근무하면 무도수 안경의 판매라는 업무범위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면세점이나 홈쇼핑에서 안경테와 선글라스를 판매하는 이들을 판매사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안경원에서 그들을 안경사와 동시에 근무하도록 허용하면 국가가 발행한 면허증의 자격과 효력은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된다.
사실 안경원에서 무도수 안경을 판매하는 비율은 지극히 낮아서 업무범위가 제한된 안경판매사는 직업으로서 생존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판매사 고용을 허용한다는 것은 안경 착용자가 도수인지 무도수인지 어떤 안경이 필요한지 확인하지 않고 판매하라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복지부가 다시 한 번 재고할 것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