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고, 언어 혼란은 정신세계의 파탄인데 언어 공동체의 품격 지킴이 L.비트겐슈타인은 ‘언어는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라고 정의했다. 말은 곧 인격이요, 국격(國格)이다.
최근 한글날을 맞아 떠올려보니 우리의 말글에는 우리의 얼이 담겨 있지 않은가. 한글은 음소문자이자 음절문자이다. 최소 자음과 모음으로 수천 음절을 표기할 수 있다.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적 원리는 세계 언어학자들의 칭찬을 받는다. 음절은 독립적 뜻을 가진 단어의 구성요소이고 단어가 모여 우리말 어휘 체계를 이룬다. 그래서 단어는 모든 음절을 정확히 발음해야 소통에 문제가 없다.
언어는 사회적 산물이다. 시대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그렇다고 개인이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언어는 지켜야 할 규범이 있으며 사람됨을 가르치는 힘도 있다. 바른 말을 써야 인격이 반듯해 지고 사회가 밝아진다.
우리나라에서 오늘날처럼 매스컴이 두루 발전하기 전에는 지역적으로 방언(方言)이 없지 않았고 아직도 잔여방언이 잔존하고 있다.
서부 경남인 진주에서 쓰이는 말 중에 ‘오마니’라는 언어가 있다. 현재의 젊은이들은 모르기도 하거니와 쓰지도 않고 있다. 오마니란 ‘할머니’를 말한다. 젖먹이 어린애 엄마는 일찍 들에 나가 일해야 하기 때문에 어린애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갈 수밖에…. 아기 젖먹이는 농번기에는 할머니의 손에 자라면서 할머니+엄마를 합친 언어인 ‘할마시’가 생겨난 게 아닌가 추측된다.
진주에 가서 ‘할마시’가 뭔가 하고 젊은 학생들에게 물으면 한 사람도 아는 사람이 없다. 논개(論介)가 빠져 죽은 의암(義岩) 바위를 옛 어른들은 ‘애암’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한 ‘머구리’라는 말도 있다. 삼천포에 2~3년간 사는 동안 새벽에 부두에 나가면 일반 배와 달리 간편한 배가 새벽을 가르며 통통거리며 새벽을 깨운다. 그 배에는 새까만 잠수복을 입은 해녀들이 너덧 명 타고 아침밥을 함께 먹고 있다.
이른바 머구리배다. 승선한 해녀가 머구리다. 머구리란 함경과 경상도에서 방언으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사사(私私) 치아를 몰래 해주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밖에 영남지역에서 흔히 쓰이는 덴캉(てんかん; 癲癎)도 있는데 본뜻은 ‘지랄’이지만 영남지역에서는 애들이 떼쓰고 투정부릴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우리말화 된 것이다.
그밖에도 우리말화 된 것들도 있다. ‘무뎃포(むてっぽう; 無鐵砲)’가 그것이다. 일본어를 우리말 식으로 조어(造語)한 것이다. 생각 없이 하는 행동을 말하며 허풍이나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거의 우리말화 되다시피 한 ‘후까시(ふかし)’도 있다. 머리를 부풀려 풍성하게 했다는 뜻인데, 우쭐대며 뽐내는 것도 ‘후까시’를 넣는 행위로,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인데 ‘부붕~!’큰 소리를 내며 여러 차속을 비집고 달리는 오토바이 족속들을 후까시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