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국의 물결을 타고 따뜻한 봄소식은 대륙을 향해 올라가는데 반해 추운 겨울이 온다는 조짐은 북에서 남으로 단풍(丹楓)을 타고 내려가는 게 우리나라 환절기의 리듬이다.
단풍이란 늦은 가을에 잎의 엽록소가 변질하여 녹색을 잃고 황갈색이 되며 화청소가 붉게 변하여 빛이 붉고 누렇게 된 나뭇잎을 말한다. 이외에 아예 본디부터 단풍나무로 태어난 것도 있다. 가을철 산천 유람은 뭐니 뭐니 해도 단풍놀이가 으뜸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산중의 이른바 오악(五嶽)은 백두산, 묘향산, 지리산, 금강산, 삼각산이다. 이 가운데 묘향산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 가보고(묘향산과 가까운 이북이 고향이어서 가능) 지리산은 구경 아닌 전투, 공비토벌대에 참전하여 초미지급(焦眉之急)의 긴박한 상황이어서 산림, 지세 감상은 뒷전일 수밖에….
그러나 우리는 전후 힘 모아 재건하는데 힘써 공업화와 산업화로 치달아 수출증진으로 선진국 대열에 끼는 개가를 부르게 됐다. 나아가 나라의 산천을 관광지로 개발하는데도 힘썼다.
금강산 관람은 맨 처음 해안으로 설봉호 타고 가봤고, 두 번째는 금강산 신계사(神溪寺)를 우리나라 법장스님이 지었다고 해서 동해안 육로로 갈 수 있었다.
신계사는 마이태자가 머물다 간곳으로 유명한 사찰인데, 전후 양면의 넓디넓은 절터로써 대웅전은 남한의 웬만한 암자의 주 건물만도 못한 것이어서 남한에서 파견된 주지스님에게 물었더니, 북쪽에서 맨 처음 크기대로 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그리 됐단다. 글쎄다, 우리나라 명산대찰(名山大刹)만 봐온 기시감(旣視感)의 작용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우리나라 명산 중 백두산은 못 가봤고 삼각산은 10여 년간 서울에 거주하고 동두천 근방에 직장이 있어 주일마다 샅샅이 답사하게 됐다. 삼각산은 서울의 북쪽과 경기도 고양시에 걸쳐 있는 산으로 도봉산에 뻗쳐 이룬 것으로 백운대, 국망봉, 인수봉으로 등반할 수 있는데 등산이라 등반객도 즐겨 찾는 명산으로 등산코스는 여러 곳이다. 정릉으로 갈 수 있고 우이동으로도 간다. 그밖에 경기도 호원동으로 해서 천축사, 망월사 등 내려오는 코스도 주변의 산수가 즐겁게 한다.
수도는 산수가 아름다워야 한다. 한강은 굽이굽이 감돌아 흐르는 곡강(曲江)이다. 우리나라 강의 특징은 굽이굽이 흐르는 곡강이란 것이다.
내장산은 명산이다. 또한 이 명산은 우리나라 최고의 단풍의 경승지(景勝地)이기도 하다. 산을 관망하는데 있어 가까이 다가가서 보는 것이 있는가 하면 멀리서 바라봐야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멀리서 관망해야 하는 산은 진안의 마이산이 아닌가 싶다. 여행에는 관광, 탐사, 탐험, 학술 등 이밖에 여러 형태가 있다. 어떤 여행이든 사전 목적지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