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용안경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될 것이라는 소문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일선 안경사들은 현재 안경업계에 떠도는 팩렌즈의 온라인 판매 소문도 조만간 가시화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안경사의 업무를 법제화한 1989년 12월에 제정된 의료기사법개정법률(법률 제4180호)이 뿌리째 흔들리는 대변화가 지난 28일 시작되었다. 저도수 보정용 안경에 대한 인터넷 판매가 완화돼 당장 내년 8월부터 시행되는 것으로 확정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제2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17년 경쟁제한 규제혁파 추진방안’을 발표, 이 발표문에 저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적시해 안경업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금까지 시력보정용 안경의 온라인 판매는 의기법 상 불법행위로 근용 도수안경은 반드시 안경원에서 안경사만이 판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오는 2018년 8월부터 양쪽 렌즈 도수가 같은 일정한 도수 이하(저도수)인 시력보정용 안경은 인터넷 등 통신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정부는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시력보정용 안경을 온라인과 시중의 편의점 등에서도 판매해 국내서도 안경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정 저도수를 검수하고 확인하는 기준도 전혀 없을 뿐더러 저도수 범위도 분명히 명시되지 않음으로써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안경사들은 이를 기회로 도수테 안경의 온라인 판매가 극성을 부릴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복지부, ‘인터넷 허용 아닌 검토 단계일 뿐’
안경사의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번 발표에 일단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의 관계자는 “‘보정용 안경의 온라인 판매를 내년 8월부터 허용한다’고 알려졌지만 이는 잘못된 내용으로 정부는 내년 초에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관련 협회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내년 6월에 허용범위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라며 “연구결과와 국민의견에 따라 만약 허용에 문제가 없다면 국회에 관련 법안을 제출하고, 아니라면 거기에서 마무리 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속해서 그는 “한 마디로 이번 발표는 도수안경의 온라인 판매 ‘허용’이 아닌 ‘검토’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규제 완화를 발표하며 안경에 온•오프라인의 경제 체제를 도입해 가격의 하락과 다양성 확대 등 소비자 편의를 높이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 강남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안경 전문가인 안경사의 손을 떠나 온라인에서 근용안경이든 도수안경을 판매한다는 것은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과 똑같은 행위로 국민의 시력에 끼치는 폐해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라며 “솔직히 이제는 안경사 면허증은 아무 쓸모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므로 모두 반납하고 옛날처럼 누구나 안경원을 운영하는 자유경쟁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원들, 협회 무능이 안경사 업권 훼손 주장
복지부는 정부 발표가 있었던 하루 뒤인 29일에 반론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문에서 복지부는 ‘일시 착용하는 양안 동일의 저도수 돋보기에 한해서 안전성 연구 등을 거쳐 규제완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정부가 발표한 내용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진화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서울 서초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복지부의 해명자료는 ‘양안이 동일한 저도수 돋보기에 한해서’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으나 양안의 가입도수가 동일한 경우는 90% 이상이지만, 원용도수가 동일한 경우는 전체의 10% 내외에 불가하다”며 “돋보기안경은 원용도수와 가입도수를 합친 것으로써 시력의 도수가 같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돋보기안경을 무분별하게 허용한 것은 시력을 헤치는 규제개혁”이라고 비난했다.
경기도안경사회의 한 부회장은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을 복지부가 검토한다고 말하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무엇보다 복지부의 이번 해명은 급한 불은 일단 끄고 보자는 꼼수에 불과하다”며 “지난 몇 년간 콘택트렌즈 온라인 허용을 위한 로비가 이미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인 상황에서 이번 도수안경의 온라인 판매 허용은 콘택트 인터넷 판매의 사전 정리 작업 같다”고 의구심을 강하게 나타냈다.
인천시안경사회의 최홍갑 회장은 “정부의 이번 발표가 얼마나 잘못된 결정인지 증명하는 학술적 근거를 마련해 안경사 전체가 온라인 판매를 저지하는데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지방의 한 안경사회 회장은 “안경사의 중요한 업무범위가 훼손되는 동안 협회 중앙회는 무슨 일을 했는지 따지고 싶다”며 “시행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안경사 전체가 총력을 다해 인터넷 판매를 저지해야 한다”고 강한 어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