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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3일, 통영(統營)으로 관광을 갔다. 미륵산(彌勒山) 케이블-카는 타지 않았다. 농무(濃霧)가 심해서 한산섬을 부감(俯瞰)할 수 없어서였다.
그러나 오후 안개가 개여 배편으로 한산도에 일행과 함께 갔다. 10여 년전에 왔던 때 보다 섬 전체의 푸른 수목이 더욱 울창해 보였다. 푸른 나뭇잎을 타고 스쳐오는 바람이 훈풍(薰風)이 아니던가…. 적진(敵陣)을 살피던 망루(望樓)인 수루(戍樓)를 배경으로 여러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같이 온 일행 몇몇이 한 컷 찍어 달라는 주문이다. 소형이지만 고급 기종이라서 배경의 원근(遠近)의 심도(深度)가 선명하게 나올 수 있어 조용히 셔터를 눌렀다.
며칠 후 현상•인화하여 찍힌 인사들에게 사진을 나누어 드렸다. 구도와 배경•피사체가 마음 들게 나왔다는 것이다.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치사를 듣기 전에 남의 사진을 자신있게 찍어 드리려면 ‘아마’의 경지를 넘어 프로에 근접할 수 있는 매뉴얼을 갖추어야 한다.
얼마전 남도의 선암사(仙岩寺)에 갔다 오면서 광양에 잠시 들렸다. 안경원 대부분 현상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그 밖에 거제와울산, 이른바 공업도시에는 안경업이 제대로 가동되고 있었다. 모두들 단골고객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단골이란 늘 정해놓고 거래하는 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단골의 어원은 무당에서부터 시작된 ‘당골네’가 처음이고, 그 다음 흔히 쓰이는 단골은 외상을 그을 수 있는 단골술집 순이라고 한다. 현재는 모든 업소가 단골고객 유치 경쟁이 보편화 된 지 오래 되었다나… .
단골 유치는 뭐니뭐니해도 고객과의 관계에서 우선 신용을 쌓아야 한다. 신용이란 현재의 행위에 미루어 앞으로의 약속이며, 의무를 이행할 것으로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처럼 신용은 신망(信望)을 쌓고 인망(人望)으로 발전하게 된다. 하여 신용의 콘텐츠는 안경제품의 조립조작(組立操作)의 기술이다. 섬세한 장인의 솜씨로 빚어내는 명품을 손님에게 끼워드릴 때, 흡족한 고객의 미소 속에 ‘단골’은 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골이라는 강물은 신용과 기술이라는 양안(兩岸)의 뚝 사이로 천천히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데 반세기나 앞서 상업이 발달된 일본이라서 그런지 단골이라는 언어는 세 가지나 된다. 그 첫째가 도꾸이 (得意)이고, 나지미(馴染み), 세 번째가 유키츠게노미세(行きつけの店)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점방이나 고객에서나 공통적으로 부르는 단골인데 반해 세 번째 것은 손님 입장
에서 단골이다.
끝으로 많은 단골고객을 품에 안으려면 반대급부 없는 봉사활동으로 덕망(德望)을 쌓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