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격과 혈액형의 관계는 통계적 수치… 과학적 근거 없는 담론에 불과
|
‘A형은 소심하고 B형은 괴팍하다’.
한국과 일본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혈액형 심리학’은 결혼정보회사에서 중요 체크사항이 될 정도로 널리 유행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혈액형에 따른 성격 구분 등은 백인이 다른 인종에 비해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우생학(優生學)에서 출발했다.
1910년대 독일에서 우생학과 연결하려는 시도로 처음 등장한 혈액형은 A형이 많은 유럽인이 B형이 많은 아시아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오랫동안 주목을 받지 못한 혈액형이 1970년대 들어 노미 마사히코라는 일본인에 의해 「혈액형으로 알 수 있는 상성」이란 책을 펴냄으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에 전해져 한국에서도 혈액형을 바탕으로 사람의 성격을 판단하는 일이 많아졌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이 혈액형에 따라 결정된다는 설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여 학계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혈액형은 유전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선천적인 특징일 뿐, ‘A형이라서 그 사람 성격은 이렇다’고 규정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우생학의 기본 개념과 닮은 고루한 판단일 뿐이다.
결국,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다는 욕구에 의해 단순하게 혈액형 정보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간단함, 그리고 과학적으로 보여지는 혈액형이라는 데이터 자체가 합쳐져 ‘반박할 수 없는 정확한 기준’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오늘날의 혈액형의 실체이다.
성격과 혈액형의 관계는 단지 통계적인 확률의 의미가 있을 뿐, 실질적으로 그것이 성격과 혈액형간의 직접적인 관계는 아직 밝혀내진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