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달의 퍼즐’이라는 운석이 매스컴을 통해 공개되며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운석의 명칭은 ‘NWA 11789’로 미국 RR 옥션 경매에서 61만 2천 500달러(약 6억 9천만 원)에 낙찰됐다.
보석의 아름다운 외형과는 거리가 먼 투박한 돌덩어리가 1kg 당 1억 원이 넘는 가격에 팔린 것이다. 그 이유는 누구나 다 알다시피 희소성에 있다. 태양계의 기원이 담겨서 학술적 의미가 크지만, 만약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돌 조각이었다면 그 가치는 그야말로 돌에 불과했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과 함께하고 욕망은 희소성에 의해 계량화된다. 특히 기업은 인간의 욕망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집단이다. 제품이든 기술이든 높은 희소성을 지녀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끊임없는 투자로 변화를 모색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묵묵히 걸어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아 상당수의 기업은 정반대의 방법으로 희소성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른바 가격 파괴가 바로 그것이다.
가격 파괴의 가장 큰 문제는 동종업계의 과다출혈을 증폭시킨다는 데 있다. 파괴가 파괴를 낳다보니 높은 매출에도 순수익이 줄어들고 적자를 기록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할인점에 영양을 공급한 브랜드는 생명력을 잃어가며, 그 자리를 대신할 새로운 브랜드가 무분별하게 탄생한다. 생존을 위한 선택이지만 이와 같은 프로세스의 반복은 대형 유통업체를 제외한 제조업체와 소매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이다.
이에 희소성에서 소외된 제조업체와 소매업자가 암묵적이고도 불온한 결탁을 체결하기도 한다. 그 예가 바로 업 택(Up Tag) 세일이다.
실제 판매가격보다 비싼 가격표를 붙여 마치 할인판매를 하는 듯한 방식이 바로 업 택, 이른바 이중가격제라 할 수 있다.
업 택 세일은 권장소비자가격(제조업체)을 높게 책정해 할인율(판매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하나의 세일즈 전략이겠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미 유명 브랜드들의 판매 가격이 인터넷에 노출돼 있고 명품에 가까운 상품일수록 극단적인 가격 파괴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 택 세일이 소비자의 불신을 조장할 가능성이 큼에도 일부 안경업체는 이를 적극 활용하는 분위기다.
최근 명동에 진출한 모 프랜차이즈 업체는 그 정도를 넘어서 신규 브랜드 안경테에 고가의 권장소비자가격을 붙여놓고 할인율을 높여 판매하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이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제품의 고유한 가치에 의해 책정된 가격이 아니라 판매의 수월성을 위해 책정한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업계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인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안경사를 전문인이 아닌 가격을 흥정하는 장사꾼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안경사들은 오랜 기간 상품에 포함된 기술료가 안경사의 전문성을 훼손한다는 점을 고민해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각에서는 검안사 제도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성취하기 어려운 문제이지만, 이러한 고민들이 오히려 업계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안경사 스스로가 기술료와 상품을 구분해 소비자의 안경을 컨설팅하는 일은 제도가 보장하지 않아도 충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작은 실천을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안경사의 희소성이 보다 존중 받는 시기가 올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