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은 근시, 원시, 난시의 굴절이상을 교정하여 물체를 자연의 눈처럼 선명하게 보게 하는 의료기기다.
시력은 일상생활은 물론 학교 교육과 회사의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심지어 안경은 심리적 안정감과 미적 요소를 개선하는 역할까지 수행한다.
국내에서 안경을 조제•판매하는 행위는 안경사만 수행할 수 있다. 1987년 11월 제정된 의기법(현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에 따라 면허를 취득한 안경사만이 안경을 조제 판매하도록 법으로 명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안경사가 되려면 2~4년제 안경광학과를 졸업한 후 국가에서 실시하는 안경사 국가시험에 합격해야 안경원을 개설 또는 근무할 수 있다.
그만큼 안경사는 고객의 시력 보호와 보정을 위해 검안학, 시과학, 안과학, 임상 등을 이수하고, 정부는 국민의 시건강을 위해 해마다 8시간씩 국가에서 정한 법정 의무 보수교육을 받은 후 신상신고토록 규정하고 있다. 안경사의 업무가 준의료적 행위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안경사는 축적된 전문성과 경험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게을렀던 것이 사실이다. 시력 보정의 전문가이지만 과다한 안경원 개설에 따라 가격으로 고객을 유치한 결과 객단가는 계속 하락, 현재는 오히려 20년 전보다 안경가격이 낮은 상황에 처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가격표시제 실시로 1997년 기술료 산정
업계의 많은 관계자들은 이제 안경의 의료보험화와 조제가공료의 현실화를 제도화하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안경사협회에서 20년 전부터 안경 조제에 대한 적정 기술료를 산정하는 등 제도 도입을 모색해 오기도 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대안협은 1997년 5월 한국산업연구원에 안경 조제가공료의 산출을 의뢰해 안경 1건당 3만 1천원이라는 결과물을 얻었다.
당시에 기술료를 산정한 이유는 국내에 가격표시제를 처음 시행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안경의 가격을 템플에 표시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이 가격표시제는 1998년도에 폐지되면서 안경 기술료 역시 흐지부지되었다.
이후 2005년 제16대 윤효찬 협회장 당시에 안경 피팅료를 1건당 1만원(국산 선글라스 기준)으로 책정했었다. 안경류의 판매가 안경원 이외의 온라인이나 백화점 등 타 판매처로 급속 변화하면서 안경 피팅료 등 기술료의 현실화가 대두된 때문이었다.
당시 대안협은 안경 피팅료의 대국민 홍보를 위해 포스터를 제작해 전국 안경원에 보급하는 등 기술료 정착에 노력했으나 일선 안경사의 참여 부족 등으로 자연 폐기되었다.
그리고 10여년 후인 2016년에 지방의 한 안경사회에서 안경의 조제 및 판매와 관련한 서비스 요금을 결정한 후 이를 요금표로 제작해 회원 안경원에 배포했으나 2017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단체가 안경의 기술료를 추진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판정했다.
즉 ‘개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서비스 가격을 사업자단체가 정함으로써 개별 사업자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사업자 간의 가격경쟁을 제한한 행위로 공정거래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 위반된다’며 해당 안경사회에 과징금 2,8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거래법 19조(부당한 공동행위의 금지)와 26조(사업자단체의 금지행위)에 따르면 ‘사업자단체가 개인사업자에게 가격을 결정•유지 또는 변경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공정위는 대안협 등 단체의 기술료 책정은 위법행위로서 개개의 안경원만이 스스로 적정 기술료를 산정•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대국민 홍보 나서야
현재 대안협은 안경의 조제료나 기술료에 대해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그 어떤 언질이나 행동도 취할 수 없는 상태다. 그렇다고 안경의 객단가가 허물어지고 안경 판매처가 제2 제3의 판매처로 확장됨으로써 매출 하락에 허덕이는 안경원을 마냥 쳐다보고만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현재의 안경원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판매환경으로 안경 조제에 대한 청구료 현실화가 시급한 실정이다. 안경사 업무의 전문성에 대한 정당한 기술료 책정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다만 대안협 중앙회는 지난 2007년 안경 급여와 관련된 ‘취약계층 의료보장구에 대한 보험급여확대 방안’이란 연구용역을 진행한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서울시 등과 차상위 계층의 초중고교생과 65세 이상 저소득층 노인에게 일정 부분 안경(돋보기) 구입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낮은 단계부터 의료보험화를 추진하다보면 기술료의 매듭을 조금씩 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안경 기술료의 산정이나 의료보험화를 이루려면 사전에 처리해야 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안경조제료의 청구를 갑자기 인정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적정한 기술료 책정과 함께 이를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가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결국 안경의 피팅 기술료와 조제료를 현실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개인 안경원이나 동일 지역의 몇몇 안경원이 중장기적인 계획 아래 지역민에게 기술료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경 조제료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전체 사회로 퍼져나가면 국민에게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괴어야 성공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안협 중앙회의 한 부회장은 “국가공인 면허권자인 안경사의 적정 기술료 현실화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안경사나 미래 안경사에게 소중한 자산”이라며 “대안협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기술료가 반드시 현실화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