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경관련 업체들의 해외 안경전시회 참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실력 있는 하우스브랜드 업체들이 안경 수출을 위해 해외 전시회에 적극 참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업체들이 해외 진출에 직접 나서는 것은 국내 안경시장이 장기간 침체되면서 그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겠다는 뜻이다.
1970년대 근대화 이후 지금껏 수출주도 정책을 강화해온 국내 안경산업이 중국의 강력한 물량 공세에 따라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된 상태에서 업체들이 또다시 해외 안경시장에 진출을 늘리면서 국내 제조 환경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MIDO에 참가한 업체 20~30% 증가
국내 안경업체의 해외 전시회 참가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일본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일본 도쿄국제광학전(iOFT) 사무국의 한 관계자는 “국가별 참가국 수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며 “하지만 전시회에 한국의 참가업체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특히 일본의 대형 안경 프랜차이즈 상당수가 한국 기업에 OEM 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폐막한 이태리 밀라노국제광학전(MIDO)도 국내 업체의 참가가 크게 늘었다.
지난 26일 MIDO전시회를 참관하고 귀국한 서울의 한 아이웨어 유통업체의 대표는 “국내 하우스 업체들의 MIDO 참가가 지난해보다 20~30%는 늘어난 것 같다”며 “무엇보다 고무적인 현상은 2~3년 전에 국내 업체들이 선보이는 컬렉션은 외국 유명 브랜드의 아류란 평가를 받았는데, 올해는 디자인과 소재에서 세계 아이웨어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이 출품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MIDO에 부스 참가한 서울의 한 하우스브랜드 생산•유통업체의 관계자는 “베타 티타늄을 이용한 최상의 퀄리티와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자사 부스는 연일 화제가 될만큼 해외 바이어가 북적였다”며 “무엇보다 기존의 복고풍에 새로운 감각을 더한 뉴트로(New-tro) 콘셉트가 해외 바이어의 눈길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한국광학공업협동조합(이사장 박영화)에서 주선하는 해외 참관단도 참가업체가 늘었다.
매년 MIDO와 프랑스 파리국제광학전(SILMO)에 참관단을 모집해 인솔하는 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매년 30여 업체를 모집해 참가 중인데, 특히 최근에는 참가 업체가 매우 다양해졌다”며 “이번 MIDO전시회에는 총 32개 업체가 참가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원장 김원구)도 매년 베이징국제광학전, 상하이국제광학전, iOFT, 비전엑스포 뉴욕, 실모방콕, 홍콩국제광학전 등에 공동참관단을 모집해 참가하고 있다. 특히 매년 11월에 개최되는 홍콩국제광학전은 작년을 제외하고 2014년부터 17년까지는 업체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진흥원 전시지원팀의 한 관계자는 “지금껏 60여 업체가 참가했는데, 이젠 현지 에이전트를 지목한 업체들이 대다수라 직접 현장에 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해는 업체 수가 감소했지만 안경업체들의 새로운 시장에 대한 관심은 해마다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광학조합•진흥원서 매년 해외 참관단 모집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국내 제조 환경이 크게 위축된 때문이다.
대구의 한 아이웨어 생산업체 관계자는 “해외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안경이 중국과 동남아에서 생산된다는 점”이라며 “국내 제조 환경이 탄탄한 토대 위에서 성장해야 산업 전체가 발전하는데, 지금 국내 생산 인프라는 붕괴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안경테 생산 인력만 해도 대부분이 50~6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구성되어 젊은이들의 유입이 시급한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사실 국내의 안경테 제조 환경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전에는 유통업체들이 주로 중국 등에서 수입을 했으나 현재는 국내의 많은 안경테 제조사들이 중국 등 동남아에서 안경테나 선글라스를 주문 생산하고 있다.
안경테 도금공정만 해도 숙련공이 업계를 떠나고, 안경산업의 꽃으로 불리는 부속업체들의 개발 능력이 크게 위축되는 등 생산 인프라가 갈수록 침체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내 업체들의 활발한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국내 제조 환경 개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해외 수출만 늘어나는, 국내 제조 환경이 붕괴된 상태에서 수출이 늘어나는 것은 절름발이 효과를 거둘 수밖에 없다.
지금 국내 안경산업은 유통의 해외 진출이 가시화되는 속에서 제조 환경은 계속 위축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