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가 크게 위축된 가운데 수년전부터 T광학이 파죽지세다.
지난 2016년 홈쇼핑과 온라인 등에서 선글라스를 판매해 10억 4천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T광학이 2017년에는 세 배에 가까운 34억 2천만원의 영업이익을 올릴 정도로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이다.
2015년 11월에 설립한 신생기업 T광학이 일반 안경원과 정반대로 거침없이 질주하는 것은 자산증가율만 보아도 쉽게 드러난다. 2016년 12억 8천만원이던 자산 규모가 이듬해엔 2017년에는 282% 커진 49억원으로 상승했다.
T광학이 이처럼 단기간에 초고속 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T광학의 성공 포인트는 무엇보다 저가격과 함께 선글라스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시장변화를 제대로 짚어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선글라스 한 장을 구입할 저렴한 가격으로 3장의 선글라스를 제공하는 이벤트성 판매로 다양하게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싶은 30~50대 주부층을 사로잡은 것이다.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디자인의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싶은 소비자의 심리를 꿰뚫어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현재 T광학은 스타일이 다른 선글라스 3장을 12만 9천원에서 7만 9천 원 가격대로 CJ, 홈앤쇼핑, 현대 등 8개 홈쇼핑에서 판매해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홈쇼핑 판매 늘수록 시장 규모는 축소
지난해 홈쇼핑 선글라스 시장의 규모는 약 3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 금액은 다시 말해 1천억 정도는 되어야할 선글라스 시장이 300억원으로 축소되었음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홈쇼핑의 선글라스 가격이 시중보다 3배가량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700억원의 선글라스 시장이 줄어든 것이다. 선글라스 시장에 온라인과 홈쇼핑으로 확대되며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홈쇼핑에서 선글라스를 많이 판매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 규모를 축소시키는 것을 뜻한다”며 “더 큰 문제는 안경원이 홈쇼핑 선글라스의 가성비를 따라갈 수가 없어서 앞으로 홈쇼핑 판매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안경시장에 뛰어든 수많은 하우스브랜드들이 지금은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폐업한 것도 홈쇼핑이나 백화점 등의 선글라스 판매가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안경원의 매출이 위축되는 것은 온라인 포털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판매되고 있는 기능성안경과도 관련이 있다.
현재 포털사이트에는 청광차단, 꽃가루 방지 등 갖가지 기능성안경이 판매되고 있다.
일례로 P社의 경우 2만 1,800원 청광차단 안경 하나에 리뷰가 32,912건이 등록돼 있다. 이는 모두 할인혜택을 받으려는 구매자 리뷰의 숫자다.
그러니까 리뷰를 남기지 않는 구매자까지 추정하면 해당 상품 하나로 대략 7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안경원에서 도수테 한 장을 32,912명의 고객에게 판매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정성을 생각할 때 그들은 1월초부터 지금까지 단 4개월여 만에 이 같은 성과를 올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일부 아이웨어 유통사들도 판매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시선을 안경원 이외의 판매처로 돌리고 있다.
즉 유통사 일부가 인스타그램에서 주목받는 인플루언서들과 계약을 맺고, 그들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해 상품을 판매해주면 마치 백화점과 면세점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처럼 판매액의 30~40%를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는 것이다.
모 온라인 쇼핑몰의 대표이자 157만 2천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파워 인플루언서인 K씨의 경우 사진첩에는 종종 선글라스와 안경테를 착용한 사진이 올라오는데, 그는 이를 통해 할인특가나 공동구매 등으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수많은 팔로워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이런 판매 형태는 수많은 인플러언서로 확대되고 있다.
패션 파워 인플루언서인 MC 같은 회사는 인스타그램과 아이웨어 업체의 콜라보네이션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직접 아이웨어 업체를 설립했다.
지난해 8월 오픈한 이 회사의 온라인 쇼핑몰은 오픈 두 시간 만에 전 상품이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안경원 고부가가치 정책 개발 절실
일선 안경원이 전례 없는 불황을 겪는 주요 원인은 판매처가 홈쇼핑, 포털사이트, 인스타그램 등으로 다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소비자와 판매자가 직접 대면하는 판매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장이 거대하게 형성된 것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안경원이 기대할 부분이 많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고 안경원이 급속하게 변화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다만 안경원이 다행스런 것은 고객에게 보다 더 서비스에 집중해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마포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안경은 일종의 서비스업으로 고객 감동서비스에 더욱 정성을 쏟아야 한다”며 “안경원 역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는 등 시대에 걸 맞는 영업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17년 선글라스의 시장규모는 전년보다 1.7% 증가한 약 3천400억원이다. 전체 선글라스 시장이 해마다 증가하는 속에서 안경원의 선글라스만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이제는 3순위로 밀려난 안경원의 선글라스를 다시 1순위로 올라설 수 있는 다양한 정책 개발이 필요한 때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도둑질 빼고 다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