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8일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된 의료기사법 제12조 제5항 ‘콘택트렌즈의 안경원 단독 판매’에 대한 종국결정이 조만간 내려질 예정이다.
특히 이번 헌재에 위헌제청은 서울지방법원에서 요청한 것이어서 위헌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물론 대한안경사협회의 주요 임원이 헌재에서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의 불가 근거’를 조목조목 소명했지만, 최근 정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용안경과 도수 안경의 온라인 판매 추진 등 일련의 사태를 보며 일선 안경사들은 헌재의 합헌 결정을 100%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은 안경사제도가 제대로 성립되지 않은 채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는 미국·일본·중국의 사례다.
미국, 콘택트 온라인 구입이 안전한지 의문 커져
미국에서 안경사(Optician)에게 면허증을 요구하는 주(州)는 50개 중 22개 주에 불과하다.
이를 보완하는 검안사(optometry) 제도가 있는데, 이렇듯 미국은 양분된 검안제도로 온라인 마켓이 성립한 1990년대 초반부터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콘택트렌즈를 구입하려면 1년 이내에 발행된 처방전을 제시해야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각 주마다 규정하는 범위와 형태가 제각각이어서 조항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소비시장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소비자협회의 ‘Consumer Reports’의 홈페이지 Q&A란에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입하는 것이 과연 안전한가?’라는 질문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컨슈머 리포트 측은 ‘대체적으로 많은 온라인 공급업체는 안전하지만, 당신이 콘택트렌즈를 주문하는 회사가 평판이 좋은지 확인해야 한다. 웹에서 고객 리뷰를 검색하고 회사 웹사이트에서 신뢰성을 확인하는 절차 이후에 구입하길 바란다’고 답변하고 있다.
즉 제품 자체는 믿을만하지만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온라인몰은 책임질 수 없고,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가 불안한 것을 간접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콘택트 구입 시 전문가의 진찰 규정 마련
일본은 국가에서 공인하는 면허증을 소지한 안경사가 없다.
단지 일본안경기술자협회(JOA)가 주관하는 인증시험을 통해 안경사 자격을 부여하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일본은 민간 자격증이란 한계성 때문에 콘택트렌즈와 도수안경, 심지어 누진안경까지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다만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에서 구입하려면 안과의사가 작성한 1년의 유효기간 내의 처방전을 제시해야 정상적인 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역시 최근에는 처방전 제시 의무가 약화돼 대부분의 쇼핑몰에선 도수만 입력하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일본콘택트렌즈협회는 전국의 15~59세 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콘택트렌즈 관련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콘택트렌즈를 구입할 때 가장 선호하는 장소는 ‘온라인 쇼핑몰’로 전체의 약 42%를 차지했고, 그 외 백화점 등 로컬 상점이 30%, 안경원은 28%에 불과했다.
더구나 심각한 문제는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구매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면서 이로 인해 콘택트렌즈 부작용 사례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후생노동성(≒보건복지부)은 2013년 콘택트렌즈를 ‘고도관리 의료기기’로 지정해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반드시 의료기관의 진찰을 권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제품 설명서에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검사할 필요가 없다’ 등의 문구 등을 삭제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서 콘택트 구매 늘며 부작용도 상승
중국의 전국검안콘택트렌즈협회는 2019년도 연례보고서를 통해 ‘근래 온라인을 통해 콘택트렌즈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서 부작용 사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협회는 콘택트렌즈 착용자는 의료기기 판매점을 방문해 해당 업체의 사업자등록증으로 구매하고, 구매한 등록증으로 정확하게 의료기기 등록을 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공식 업체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콘택트렌즈를 구입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중국 칭샨캐피탈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컬러 콘택트렌즈의 연간 성장률은 41%에 달하고, 전체 중국 내수시장의 규모는 200억 위안(약 3조 6100억원)을 초과했다.
하지만 도소매를 중심으로 하는 콘택트렌즈 업체들이 4만 곳이 넘을 정도로 우후죽순 생기면서 일부 불량 콘택트렌즈가 타오바오, 징동닷컴 등 거대 온라인 몰에서 유통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푸단대학교 안과병원의 관계자는 “지난 수년간 안경사, 안과의사의 검사와 진단 없이 콘택트렌즈를 일부 유통기간을 훌쩍 초과해 착용해 세균성 각막염 등의 안과질환으로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로컬상점에서 콘택트렌즈를 구입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중국의 안질환 환자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