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안경 브랜드의 거점이면서 일본 내 유통되는 안경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후쿠이현 사바에시(市).
일본 전역의 안경원과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기술력과 디자인을 인정받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안경산지인 사바에는 의외로 안경원이 드문드문 잘 보이지 않고 심지어 다른 일반도시보다 안경원의 숫자가 적기까지 한다.
그러면 안경의 성지로 불리는 사바에가 무슨 이유로 지역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안경원이 적고 판매가 부진한 분위기가 팽배할까.
우선 ‘안경을 잘 아는 박식한 전문가들이 많음으로써 안경을 선택하는 것이 일반 소비자보다 까다로워 사바에 주민에게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현지의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한다.
사바에의 한 안경원 원장은 “예전부터 줄곧 그래왔지만, 지인이나 누군가로부터 안경을 구해 달라는 얘기를 들으면 보다 저렴하게, 혹은 공짜로 안경을 구하는 루트를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바에는 한집만 건너면 안경계 종사자들이 많아 고가로 안경원에서 안경을 구입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토로했다.
계속해서 그는 “따라서 안경을 원주민에게 판매하는 것은 소수이고, 보통은 사바에를 방문한 국내외 여행객들에게서 주로 매출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사바에 부품공장의 한 임원은 “옛날에는 고객이 ‘나도 안경업자다. 안경에 대해서 잘 아니까 싸게 판매하라’는 등 일단 가격을 깎는 사람들이 많아 말싸움이 흔했다”며 “지금도 이러한 분위기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또 사바에 옵트社의 아라타니 나오토 대표는 “사바에는 확실히 타지보다 안경 관련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월등히 많았지만, 안경 제조의 세세한 부품이나 가공 등 안경의 전체를 파악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다”며 ‘안경을 많이 아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 때문에 팔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릇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지금도 종종 적잖은 안경원에서 도매업체에 주문한 안경테가 팔리지 않거나 진열된 안경 프레임이 휘었다고 10년 전의 제품을 반품해달라는 등 다른 업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나쁜 관습이 남아 있다”며 “117년의 안경 역사를 자랑하는 사바에의 안경원은 보다 뛰어난 운영과 업계 향후 백년을 위해 이러한 모순을 시급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