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은 판매 면에서 두 가지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는 안경사가 호객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스스로 찾아온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안경원 이외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안경을 처방•판매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국가로부터 안경에 관한한 독점 판매권을 부여받은 유일한 곳이 안경원이고 안경사이다.
안경원이 스스로 안경을 할인 판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양호한 조건을 갖춘 곳이 안경원인 것이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의 안경원은 스스로 할인판매를 하고 있다.
할인판매는 장기적인 효과와 단기적인 효과가 있다.
할인판매가 주는 단기 효과는 수익을 단기간에 올리면서 경쟁 판매업체를 누르는 힘을 가진다.
그러나 할인판매는 장기적으로 소비자에게 정상가격으로 구입했을 때 스스로 자신이 ‘호구가 되었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소비자에게 가격 불신을 만든다.
어느 매장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 있었는데 성급하게 비싸게 구입한 자신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할인은 단기적으로는 매출을 올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신감이 고착화되고 시장을 침체시킨다.
화장품산업만 봐도 거의 모든 업체에서 일 년에 절반 이상을 가격 할인함으로써 어떤 소비자든지 화장품 가격을 믿지 않는다.
대부분의 화장품 회사들이 할인경쟁에 나서면서 고객들이 가격 신뢰를 잃은 것이다.
이런 이유로 할인판매는 마케팅 쪽에서 가장 하수(下手)에 속하는 판매법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할 뿐 거의 할인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옛날 명의(名醫)는 약재를 상품(上品), 중품(中品), 하품(下品)으로 구별해 사용했다.
상품인 약재는 몸의 기운을 고르게 돋우어 장기간 복용해도 뒤탈이 나지 않는다.
중품은 병을 고치기 위한 약재로 병을 낫게 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키지만, 일부는 부작용을 동반해 치료 후에는 사용을 중지한다.
이에 반해 하품은 약효가 강한 만큼 독성도 강해서 함부로 남용하면 환자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그래서 명의는 생명이 위급하지 않으면 하품 약재를 피하고, 부득이 하품을 쓰더라도 용량과 음용 시간을 조정해 사용한다.
이에 반해 돌팔이들은 하품 처방을 아무 때나 남발한다. 약효가 먹히면 다행이고, 안 들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처방을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극심한 할인판매는 돌팔이가 사용하는 하품과 같은 판매 행위다.
어느 한 산업이 불황을 겪을 때 돌팔이처럼 약재를 하품으로 처방하는 좌충우돌 식의 판매는 산업 전체를 망친다.
안경 가격파괴는 업권 망치는 하수(下手) 판매
원래 할인판매는 유행이나 성수기가 지난 상품을 낮은 가격으로 처분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한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또 할인판매는 특정 상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거나 어려운 자금 상태를 벗어나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취하는 불가피한 판매법이다.
그러나 국내 안경원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할인판매는 어떤가.
국내 안경원의 할인 판매는 그야말로 자유경쟁이라는 미명하에 벌이는 막가파식 판매다.
‘초특가 판매’ ‘70%~80% 할인’ ‘폭탄세일’ 등 소비자가 상품의 정가가 얼마인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할인하는 것은 폭탄을 품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과 똑같은 판매다.
전국 곳곳에서 일 년 내내 할인경쟁에 나서면서 안경원의 고유업권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하나의 상품에 높은 가격을 붙여 판매하는 것을 준거가격 마케팅(reference price marke ting)이고 한다.
5만원 가격표를 붙일 때는 의류가 잘 팔리지 않았는데, 이 상품에 20만원 가격표를 붙인 후 가격에 ×로 표시하고 5만원이라고 표시했더니 불티나게 판매하는 것이 준거가격 마케팅이다.
이런 판매 형태로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들은 대체로 고급 제품을 저렴하게 구입했다고 생각한다.
구입한 의류에 대한 구매자의 만족도가 20만원이기 때문이다.
결국 준거가격 마케팅은 고객들이 좋은 가격에 고급 제품을 구입했다고 믿게 만듦으로써 상품에 대한 이미지를 분산시킨다. 꿩먹고 알먹는 판매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대다수의 안경원에서 벌이고 있는 할인판매는 이익도 얻지 못하면서 소비자에게 불신만 심어주는 자해 행위와 같은 판매다.
실제로 국내의 많은 안경원이 할인 경쟁에 나섬으로써 안경원의 수익률은 계속 하락하고, 소비자들은 국내 안경가격에 불신감만 키운다.
지난 20여 년간 전국 각지에서 벌인 할인판매가 소비자들에게 안경사와 안경원을 불신하도록 만들었을 뿐이다.
외국에 비해 안경에 관한한 장점이 즐비한 국내 안경원이 서로 막가파식으로 업권을 스스로 해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안경테+중굴절 렌즈= 1만5천원’ ‘안경 80% 세일’ ‘공장도 가격판매’는 안경원을 스스로 자해하는 할인판매다.
이 같은 상식 이하의 할인판매는 전체 안경원을 벼랑으로 내모는 하수(下手) 판매다.
이제 국내 안경원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할인판매는 모두의 미래를 위해 자중하자.
이제 ‘안경은 안경원에만 처방 판매한다’는 독점적인 특권을 내동댕이치는 터무니없는 할인판매는 중지되어야 한다.
과도한 할인판매의 결과는 공멸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편집자 주: 본 기사 중 일부는 대안협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옵틱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