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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원, 정말 한계에 다다랐나?
  • 합동취재반
  • 등록 2013-06-30 18: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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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장 다변화•경기 장기침체로 안경원 매출 급속 하락… 20년 전부터 안경 할인티켓•가격 출혈경쟁으로 매출 만신창이
 
작가 이문열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끌어다 비교해 보면, 지금의 안경원은 추락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원래 날개가 없어서 추락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안경원의 경우 이문열 씨의 소설 제목처럼 오히려 날개가 많기 때문에 추락하고 있다.

안경원을 추락시키는 날개는 주변 곳곳에 널려 있다. 그것이 외부에서 생긴 날개이든 안경원 내부에서 스스로 만든 날개이든 안경원이 추락하는게 분명해 보이는 것은 생존의 대책은 고사하고 ‘나만 잘 살면 그만’이라는 안경사들의 이기심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사실 안경원의 추락은 안경사들 스스로가 만들었다. 20여 년 전에 튀어나온 명동의 안경 할인티켓이 안경가격을 흩트리기 시작하더니 곧이어 등장한 것이 남대문지역 안경원들의 저가 판매였고, 뒤이어 이를 흉내 내며 남대문이 아닌 전국 각지에서 ‘남대문안경’이라는 상호가 봇물처럼 생겨났다. 그리고 얼마 뒤 대형 안경원들이 생겨나 ‘헌테 가져오면 새 안경테 5천원’이라는 별의별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안경원의 추락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찻잔 속에 태풍에 불과하던 안경원 간의 가격경쟁은 어느 날 인터넷 온라인이 등장하여 안경원의 선글라스를 야금야금 빼앗아가며 충격을 주고, 어느 틈에 백화점과 면세점이라는 공룡이 안경원의 선글라스를 싹쓸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이제는 홈쇼핑까지 여름만 되면 수십만 장씩 선글라스를 기프트 상품으로 증정하며 안경원의 선글라스를 진열상품이나 구색상품으로 전락시켰다. 이제는 심지어 길거리 가판대까지 뿔테와 선글라스가 뒤덮고 있는 상황이다.

안경원을 추락시킨 것은 외부 영향도 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스스로 추락을 자초한 것도 많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콘택트렌즈 같은 경우만 해도 작년부터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기막히게 좋은 법을 만들어놨어도 안경사들은 여전히 전문성을 잊은 채 사은품으로 뿌려대고 있으며, 안경사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불리는 안경렌즈까지 자기만 살겠다고 담배 4갑에 불과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으니 더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안경원의 추락을 멈추게 하는 처방은 없다는 것이 공공연한 인식이다. 백화점이나 인터넷이 시간이 지날수록 파이를 키우고 있으며, 안경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나만 살면 된다’는 이기심이 불경기를 타고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안경을 잘 아는 어느 식자는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한 안경원의 절반가량이 사라지는 것이 오히려 안경원이 살아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지금 상황은 결국 안경사에게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다시 회생할 것인지, 아니면 끝없이 추락해 완전히 망할 것인지 그 기로에 서있다.
 
안경테
안경원 효자 아이템 끝없이 몰락

안경원을 대표하는 1순위 품목이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 절대 다수의 안경사는 ‘안경테’라 대답할 것이다. 불과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안경테는 안경원의 연간 매출 중 40% 이상을 상회하는 효자 아이템이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백화점이나 인터넷의 경우 해마다 20% 이상 판매가 늘어나는데 비해 안경원은 거꾸로 해마다 감소하는 역전 상황이 되었다. 물론 안경테 소비가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중고교 학생들의 콘택트렌즈 이용이 해마다 늘어나고, 20대 젊은층의 라식수술이 유행병처럼 번지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하지만 안경원에서 안경테 판매가 줄어든 이유는 적은 투자에 기인하기도 한다.

인터넷에서는 수백 가지의 신모델이 소개되는데 반해 안경원은 투자의 한계성으로 제품 구색이 갈수록 뒤떨어지고 있다. 일례로 상류층 고객이 300만원짜리 안경테를 구입하고 싶어도 고가의 안경테가 없어서 고작 100만원짜리 안경을 구입했다면 매출이 200만원 줄어드는것이다. 안경원 입장에서는 가뭄에 콩나듯어쩌다 판매되는 안경테를 큰 돈 들여서 구비해 놓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무슨 말을 더해도 매출이 줄어든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또 있다. 바로 안경사의 제품 정보력과 감각이 소비자보다 뒤떨어진다는 점이다. 고객은 100Km로 달리고 있는데 안경사는 50Km로 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최근 인터넷에서 한창 유행하는 ‘장마릴’이라는 브랜드를 인지하고 있는 안경사가 몇이나 될까를 생각하면 소비자보다 정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안경테의 컬러만 해도 안경사가 좋아하는 컬러만 구입하고 있다. 고객이 원하는 색상을 구입해야 되는 것이 당연한데, 안경사 취향에 따라 안경테를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안경원에는 블랙과 브라운, 그레이 같은 무난한 색상만 있을 뿐 여타의 색상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색상이나 컬러가 특이하면 팔리지 않는다는 경험만 믿고 시장을 위축시키는 고착된 사고가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제품의 정보력 취약도 매출 감소 요인 서울 강북구 G안경원의 K원장은 “안경테를 안경원이 아닌 백화점이나 인터넷 등 타 유통루트에서 구입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예년에 비해 안경테 매출이 30% 이상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안경원의 매출 감소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안경사 생존 차원에서 대응해야 될 문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물론 안경원의 매출 하락은 2000년대 초반부터 유행한 ‘뿔테’로 통칭되는 셀룰로이드, 아세테이트, 옵틸 등의 플라스틱 계열의 프레임이 유행한 이유도 크다. 평균 10만원 안팎으로 판매되던 철테에 비해 고급 뿔테를 제외한 일반 뿔테의 경우 2~3만원이면 구입하다보니 과거와 똑같이 안경테를 판매해도 객단가가 떨어져 안경원 매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안경테를 취급하는 업체도 감소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일반 안경테보다 3~4배 이상의 가격이 높은 아세테이트 소재나 믹스&매치 방식의 하우스브랜드를 들여와 가격이 낮은 제품에 대항했지만, 이마저도 온라인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독창성과 희귀성이란 장점이 희석돼 버렸다.

결국 안경원에서 안경테의 매출을 올리려면 철테의 부활과 함께 온라인 쇼핑몰, 백화점 등 다른 유통루트에 대한 대응책이 필요한데, 안경테의 유행이란 것이 신(神)도 짐작하기 어렵다는 트렌드의 문제이기에 언제쯤 다시 철테의 유행이 도래할지 아무도 모르고, 그렇다고 백화점을 이겨내기 위해서 과투자를 하는 것도 안경원의 현실로는 역부족이다. 이런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안경원이 효자품목인 안경테를 다시 살리려면 안경테의 구입과 판매는 무조건 소비자 입장에서 선택되고, 소비자의 안경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면서 소비자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고 다다익선 개념으로 판매하는 수밖에 없다. 이미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중환자와 같은 상황에 놓인 안경원에겐 뜬구름 잡는 식의 대책이 아니라 당장 소용 있는 혁신과 강력한 타개책이 필요하다.
 
선글라스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 급속 하락

선글라스에 관한한 안경원은 만신창이다. 한 해에만 안경원 매출의 30% 정도를 점유했던 선글라스가 손에 쥔 모래처럼 야금야금 거의 다 빠져버렸다. 선글라스와 관련하여 안경원이 처음부터 완벽하게 탈바꿈하고 혁신해야 되는 이유다.

선글라스의 소비 형태는 안경원에서 인터넷 온라인 → 백화점과 면세점 → 할인마트 → 홈쇼핑에서 사은품으로 증정될 정도로 급변•확산했다. 선글라스의 쇼핑처가 안경원 이외에 각처로 대이동한 것이다. 이러한 선글라스 시장 변화는 수치로도 금세 나타난다.

지난해 L백화점의 선글라스 매출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0% 성장했고, 올해 1~2월 판매 비율만 해도 지난해와 비교해 44%나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경업계를 잘 아는 안경인들은 안경원이 선글라스를 뺏긴 이유가 안경사의 너무 쎈 자존심과 변화를 싫어하는 성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공산품인 선글라스는 경제논리로 접근해야 되는데 안경원이 관습과 전문가 고유 영역을 고집하다 시장을 빼앗겼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대다수 선글라스 생산업체나 유통업자들은 안경원에서의 선글라스 판매가 끝났다고까지 말하고 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선글라스 구입 방법이 처음부터 잘못됐고, 판매가격 역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일례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L 브랜드의 경우 인기 있는 2~3 모델만 구입하면 되는데, 엉뚱하게 다른 모델이나 불필요한 브랜드까지 구입해 채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판매 가격도 옛날 방식에 사로잡혀 시대가 변하는 것을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가령 공장에서 유통업체에 5만원에 공급하는 선글라스가 유통마진이 붙어 안경원에 8만원 정도에 들어가면 안경원은 이를 20만원 이상에 판매하는데 경쟁력이 있냐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5만원짜리 선글라스가 4~5배 이상 금액으로 구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선글라스 구입가도 안경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화점이나 인터넷 온라인에서 주로 판매하는 유명 브랜드의 선글라스 경우 백화점과 안경원의 구입가가 너무 큰 차이가 나면서 경쟁 자체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제가 늦고 반품과 교환이 자주 일어나며, 구입량도 소량인 안경원에 백화점보다 비싸게 납품하는 유통업체를 나무랄 수도 없는 일이다.

판매가 낮추어 백화점과 온라인에 맞서야 아무리 좋은 수단과 방법이라도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을 말할 때 ‘꿩 잡는 게 매’라는 격언을 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많이 판매하는 것이 최고라는 말이다. 그래서 적잖은 안경사들은 명품 선글라스는 구입가에서 3~5만원 정도만 마진을 붙이고, 국내품의 경우는 구입가의 1배 정도만 이문을 붙여서 판매해야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래야 인터넷과 백화점의 가격경쟁을 이겨내 선글라스를 다시 찾아온다고 했다.

선글라스의 판매에 관해서는 철학과 논리학에서 흔히 사용되는 ‘오컴의 면도날(Ockham’s Razor)’이론이 적용된다.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두 개의 주장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선택하라’는 사고절약의 원리이다. 면도날은 필요하지 않은 부분은 과감하게 잘라버린다는 비유다. 안경원에서 선글라스의 판매 신장을 위해서는 안경사의 전문성이나 기존의 판매 습관 등을 면도날로 베어버리고 가격으로 승부해야 된다는 말이다.

서울 송파구 T안경원의 J원장도 “어차피 소비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가격”이라며 “백화점, 온라인보다 더욱 저렴하게 판매해야 소비자를 다시 모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계속해서 그는 “안경원끼리 제살 깎는 가격경쟁이 아닌 분회별로 적정가격을 협의해 판매한다면 적어도 백화점 등으로 몰리는 소비자의 30% 이상은 다시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경렌즈
가격경쟁에 안경원의 고유품목도 허우적

안경원의 최고 청정 품목으로 유일하게 손꼽히는 안경렌즈. 그러면 이 청정 품목이 일선 안경원에는 얼마만큼 이익을 안겨주고 있을까. 단적으로 말해서 우리나라 안경렌즈를 소비자가 구입하는 가격은 담배 한 보루 가격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과 비교해 보면 국내 안경렌즈 가격의 처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더구나 국내산 안경렌즈는 ‘너무나 친절한 안경사’들 때문에 소비자들도 가격 구조를 빤하게 알고 있다.
한번 압축한 것은 얼마, 두 번 압축한 것은 얼마라는 과잉 친절을 전국적으로 베풀어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어느 친절한 안경사들은 ‘뿔테 + 중굴절렌즈 = 15,000원’이라는 광고물을 대문짝만하게 쇼윈도우에 도배하고 있다. 안경 하나 맞추어서 1년 가까이 요긴하게 사용하는 의료기기가 열흘 남짓 피우는 담배 한 보루 값에도 미치지 못하고 팔려나가고 있다.

그러면서 안경원들은 매출이 떨어진다고 아우성이다. 더구나 불경기 여파로 부쩍 늘어난 안경렌즈갈이도 제값을 못받기는 마찬가지이고, 백화점이나 인터넷에서 구입한 선글라스나 도수테의 렌즈갈이도 제값을 못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안경 착용률은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5월에 한국갤럽이 안경사협회의 의뢰로 조사한 결과 처음으로 안경인구가 하락한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남대문에서 안경렌즈를 대형으로 유통하는 K대표는 2011년보다 렌즈 판매가 10% 가량 줄었다고 말했다. 심한 경쟁체제로 마진도 거의 없다는 그는 “최근 2년간 불경기 때문인지 더 이상 주문량이 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로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면서 성인보다 약 10배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마저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전한 K대표는 “안경렌즈 시장의 규모는 앞으로 18~20% 가량 더 작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생산업체의 과잉생산도 매출 부실화 초래 안경렌즈도 가격경쟁의 희생양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안경렌즈 업계에 30년간 종사한 J대표는 한국 안경렌즈의 문제점으로 공급과다, 가격경쟁, 반품, 권장가격 하락, 싸구려 렌즈의 초저가 판매를 꼽았다. 특히 그는 질적으로 비슷한 제품이 국산이라는 이유로 수입 브랜드 안경렌즈에 비해 30%밖에 되지 않는 것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안경렌즈 업계의 P관계자도 “국산 브랜드를 안경사가 국내산이라고 경시하는 것도 문제지만, 가격을 고수하는 전문인으로서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산 안경렌즈도 고가정책이 자리 잡았어야 했지만 가격경쟁 때문에 실패했다고 전하면서 “프리폼렌즈가 처음 생겨났을 때는 장기적으로 매출을 보장하는 고급시장이었는데, 국산 브랜드끼리 가격경쟁을 벌이면서 저가시장으로 전락해버렸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근래 수입렌즈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우려했다. 안경렌즈 도매가가 떨어지면 안경원의 수익도 줄어든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경원의 유일한 효자품목인 안경렌즈가 제몫을 하려면 C급 렌즈부터 철저하게 파기하고 취급하지 않아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과잉생산을 막을 수 있을 뿐더러 생산단가를 올릴 때 비로소 안경렌즈의 제값받기 풍토가 정착된다는 것이다.

또 렌즈 봉투도 밀봉함으로써 저품질의 렌즈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때 안경원의 수익률도 높아진다고 했다. 이와 함께 안경사나 생산업체는 국산 안경렌즈도 기술력이 풍부한 만큼 프리미엄 제품이나 기능성 렌즈로 판로를 개척하여 고가 정책을 펴야 하고, 또한 각 렌즈 제조사에서는 개인 맞춤 렌즈와 사무용, 골프용 등 생활패턴 따른 렌즈를 다양하게 만들어 소비자들 한 개인이 여러 개의 안경을 보유하게끔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콘택트렌즈
위탁판매, 사은품 증정으로 수익도 엉망

안경원 입장에서는 콘택트렌즈만큼 아쉬운 품목도 없다. 안경원에서만 단독으로 판매할 수 있는 법적 보장을 받아놓고도 제값을 못받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속에서 다행히 콘택트렌즈 착용 인구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특히 원데이 렌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나쁘지 않은 환경에서 안경원은 물론이고 서너 곳의 업체를 제외한 내수업체 대부분은 재미가 없다. 이는 당연히 서로 물고 늘어지는 끝도 없는 경쟁 때문이다.

실제로 안경원에서 콘택트렌즈는 영업적으로 법 개정 이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안경사 스스로가 전문가의 고유 영업권마저 버리고 서로 가격싸움을 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도 앞 다투어 컬러 콘택트렌즈를 사은품으로 뿌려대고 있는 곳이 수두룩하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컬러렌즈 5,000원’이라고 써붙인 안경원이 즐비하다. 초저가로 날리는 이런 행위가 자신의 안경원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알면서 경쟁에 휩싸여 헛힘을 쓰고 있다. 빈대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곳이 바로 콘택트렌즈를 판매하는 안경원의 모습이다.

안경원이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하게 법적으로 판매할 수 있도록 보장받은 콘택트렌즈가 효자상품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고질적인 위탁판매이다. 이 위탁판매는 생산업체의 과잉생산에서 비롯된 밀어 넣기가 만연한 때문이지만, 그렇다고 안경원이 아예 잘못이 없다고 할 수도 없다. 제품을 외상이나 위탁으로 부담 없이 들여다 놓다보니 자연스레 영업이익에 대한 절박감이 떨어진다. 여기에 하루에도 몇 군데의 영업직원들이 찾아와 갖가지 혜택을 주는 출혈경쟁을 계속하다보니 제품의 가치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안경원의 단독판매 영업력 키우는게 급선무 콘택트렌즈를 영양가가 없게 만드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글로벌 브랜드들의 시장점유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다. 지난 3월 한국소비자연맹이 공정거래위원회와 함께 발표한 자료를 보더라도 국내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87%에 달한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국내 콘택트렌즈 업체들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격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내세울 무기가 가격뿐이라는 것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콘택트렌즈가 안경원에서 제구실을 못하는 이유는 또 있다. 생산업체의 공급과잉이 바로 그것이다. 생산업체의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에 휘둘려 애써서 개발한 제품을 마구잡이로 찍어대며 스스로 값어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경쟁 논리에 빠져 부실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 이런 과잉생산은 그 누구도 고칠 수 없는 일이지만 업계 전체가 똘똘 뭉쳐 생산량을 조절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존립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콘택트렌즈를 통한 영업력 확대를 이루려면 안경원이 나서야 한다. 그래서 우선 제품을 까다롭게 선별하여 제값받고 판매해야 한다. 고객에게 지금처럼 렌즈의 도수나 골라주는 단순판매에 그치지 말고 법이 정한 사용법과 관리법을 상세히 설명해 가치를 올려야 한다. 그래야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는 콘택트렌즈에 대한 인식, 또 안경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정당한 가격 지불을 꺼리지 않게 된다.

한 안경광학과 교수는 “안경사가 단순히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을 판매하는 역할만 한다면 안경사는 전문가가 아니라 판매자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광고나 소비자 마케팅에 의존하기 보다는 전문가로서 소비자들의 눈에 가장 잘 맞는 제품을 권유하고 올바른 착용을 안내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안경사들의 적극적인 역할과 지원이 없이 현 상태에서 국내 업체가 아무리 뛰어난 기술력으로 좋은 제품을 출시해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없다”면서 “안경사들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콘택트렌즈를 정당한 가격으로 판매해 효자상품으로 만드는 일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콘택트렌즈에 관한한 정당하게 영업권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은 안경사 이외에 그 누가 있겠는가.

이제 머리를 맞대고 위탁판매, 생산업체의 과다생산, 반품과 교환, 가격보다 제품의 품질을 우선하는 구입에 나서야 안경사만 판매할 수 있는 콘택트렌즈를 효자로 만들 수 있다.
 
대한안경사협회
이제는 안경원 매출 향상에 적극 나서야

옛말에 ‘백성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이런 면에서 보면 안경원의 극심한 침체와 안경사의 구심체인 대한안경사협회(회장 이정배, 대안협)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백성의 가난을 해결하려는 방안과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가 백성들로부터 원성과 비난을 받는 것을 보면 대안협도 안경원의 매출 부진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대안협을 잠깐만 들여다보면 회원들 생각처럼 한가한 곳이 아닌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회원들의 갖가지 문의와 불만 처리부터 안경사의 업권 수호와 확대, 안경사 전문성 제고, 회원들의 복지 증진과 권익 신장, 사회적 위상 제고 등 갖가지 회무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이외에 저소득층 안경지원 사업 등 사회공헌 활동에도 나서고, 안경 제품의 유통체계 개선도 주요 회무 중의 하나다.

이 같은 대안협의 활동은 가시적인 성과를 낸 것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안경사의 업무범위 확대를 위한 최근의 성과다. 그간의 노력을 바탕으로 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의료기사법 개정안을 만들어 냈으며, 도수용 콘택트렌즈에 이어 2011년에는 무도수 컬러•미용 콘택트렌즈도 안경원에서 안경사에 의해서만 판매되도록 만들었다. 이는 업계에서 4만여 안경사의 숙원사업이 이뤄진 것이자 오랜 안경업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대안협에 대한 회원 안경사들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다. 회원들이 실제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 없을 뿐더러 회원이 먹고사는 데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안경원과 안경사가 당면한 어려움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고, 안경원에 필요한 수익창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안경사는 “협회가 안경원의 수익에 해를 끼치는 유통 문제를 일부 안경사나 업체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보다 적극적인 관여를 통해 도움을 줘야 한다”고 했다. 대다수 안경원이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인데 이론과 장기 정책에만 신경을 쓸 뿐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정책은 없다는 지적이다. 현실을 무시한 이상(理想) 추구는 공염불과 같다는 것이 회원들의 목소리다. 회원들이 현재 매출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장기적인 대책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생각에서다. 한 안경사는 “협회가 현수막 단속이나 하려고 할 뿐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안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거나 방관하고 있다”면서 “특히 얼마 전 발생한 이마트 사태를 보면서 협회가 문제 발생 시 대처 능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분회장은 “한 나라의 대통령이 국민을 먹여 살리겠다고 갖가지 정책을 쏟아내는 것처럼 안경사협회 회장도 회원들의 생업을 위한 정책을 끊임없이 개발하고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이 협회의 의무라고도 했다.

회원들 눈의 가시 뽑는 정책 아쉬워 물론 대안협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회원들의 의견을 일일이 수렴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현실적으로 우선 적용 가능한 정책부터 추진할 수밖에 없는데 회원들은 이 같은 사정을 이해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사실상 안경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 학술•연구활동도 따지고 보면 안경원의 매출을 올리는 정책이고, 콘택트렌즈 인터넷 판매 금지나 타각적 굴절검사의 허용 등 안경사의 업무범위 확대 사업도 안경원의 살림을 살찌우는 정책이다.

이외에도 돋보기와 레저안경 등의 안경원 외 판매 금지, 안경테 보험적용 및 안경의 조제수가에 대한 부가가치세 면세와 함께 안경원의 근무여건 개선 및 복지 증진 방안도 안경사의 먹거리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회원들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주는 집행부, 다시 말해 거침없이 계속 떨어지는 안경원 매출을 타개하는 피부에 닿는 정책, 회원들의 눈에 박힌 가시를 곧바로 빼주는 집행부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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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onykr2013-07-06 15:52:42

    물론 안경원 자체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는것은 사실이고, 개선이 안되는것도 사실이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 또한 사실이다. 안경 업계가 힘이 없으니...<br>그런데 선글라스 안경원의 선글라스 판매 급속 하락 이 기사에 나오는 20만원 받는 안경원은 도대체 어디일까?? 얼마나 많길래 이렇게 기사로 쓰고 전체 안경원의 입장이 된것일까? 기자 이름이 없어서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위치를 알려주시면 기술을 전수 받고 싶네. 그정도의 마진율이 되면 정말 맘편히 세상 살수 있을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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