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본지가 서울의 일반시민 204명을 대상으로 선글라스 구입처를 설문조사한 결과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의 8.8%(18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15년 전만 해도 일선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80~90% 이상 구입해 안경원 연간 매출의 30~40%를 차지하던 선글라스 구매자가 급감한 것이다.
더구나 안경원의 이 같은 구매자 감소는 지난 2013년 7월에 본지가 실시한 설문조사 때의 12%보다 3.2% 감소한 수치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본지 제85호(2013년 7월 31일자 참조)).
고가격과 모델의 제한성으로 소비자 외면
소비자의 선글라스 구입처에 대한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9.8%(122명)가 백화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선글라스의 구입처로 백화점을 찾는 이 비율은 지난 2013년 조사 때의 56%보다 3.8% 증가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먼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있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귀하의 선글라스 구입처는 어디인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59.8%(122명)가 백화점을 이용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다음은 면세점 19.6%(40명), 안경원 8.8%(18명), 인터넷 8.3%(17명) 순으로 집계되었다.
조사 대상 소비자의 91.2%(186명)가 안경원 이외의 장소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하고 있는 것이다(Q1 참조).
최근에 성수기를 맞은 일선 안경사들이 선글라스 고객을 쉽게 볼 수 없다는 푸념이 수치로 확인된 이번 조사로 볼 때 소비자들이 선글라스 구입처로 안경원을 외면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어 안경원 이외의 장소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에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는데, 주된 이유는 ▶안경원에 다양한 모델이 없어서 27.4%(51명) ▶가격이 비싸서 21.5%(40명) ▶신뢰가 가지 않아서 21.5%(40명) 등으로 나타났다(Q2 참조).
심지어 ‘선글라스 구입처로 안경원은 생각하지 않는다’란 응답도 5.4%(10명)를 차지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 한 30대 여성 소비자는 “주변에 안경원은 많이 있지만 모델이 다양하지 않아 백화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며 “친구들도 주로 백화점을 이용하고 있는데, 안경원은 왠지 가격이 비쌀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소비자는 “뉴스에서 종종 안경원들이 짝퉁 제품을 팔다 적발됐다는 뉴스 때문에 안경원은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번 설문의 조사 대상자의 연령층이 20~30대의 젊은 층이 70.1%(143명)를 차지해 선글라스 구입처로 안경원을 찾는 비율이 다소 낮을 수 있겠지만, 선글라스의 주된 소비층이 20~30대인 점을 감안하면 전체 소비자의 90% 이상이 선글라스 구입처로 안경원을 외면한다는 사실에서 일선 안경사들의 위기감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설문 조사 때마다 안경원 구입률 하락
그러면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8.8%의 소비자는 무슨 이유에서 안경원을 찾고 있을까.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소비자에게 그 이유를 묻는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6.7%(12명)가 ‘별다른 이유 없이 안경원에서 구입했다’고 응답했고, 그 다음은 안경원의 전문성 때문이라는 소비자가 16.6%(3명), 아는 사람이 있어서 구입한 소비자가 11.1%(2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소비자 중 약 67%가 ‘특별한 이유 없이 안경원에서 구입했다’는 것은 이들 역시 언제든지 선글라스를 백화점이나 온라인몰 등 다른 곳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 시 최근에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했다는 한 50대 남성 소비자는 “예전부터 습관적으로 안경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했는데, 근래는 백화점과 면세점 등이 모델이 다양해 다음부터는 백화점을 찾을 생각”이라며 “오래 전부터 안경과 선글라스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있는 우리 딸이 최근에 모델만 알아오면 값싸고 편리하게 주문해주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대해 경기도안경사회의 한 부회장은 “예전과 다르게 안경원에서 선글라스 판매가 많이 줄어든 것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안경원이 외면 받는 줄은 몰랐다”며 “앞으로 안경사들이 타 유통처에서 구입한 선글라스는 당당하게 피팅료와 조제가공료를 받아야겠지만, 무엇보다 협회를 중심으로 대국민 홍보 캠페인을 꾸준히 전개하고, 안경원도 저마다 소비자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서울 명동과 홍대 일대에서 시민 204명(10대 4.4%/20대 28.9%/30대 41.2%/40대 8.8%/50대 11.3%/60대 이상 5.4%)을 대상으로 1대 1 설문과 카카오톡 메시지 전송 등을 통해 조사되었고, 조사의 신뢰수준은 98.4%, 표본오차는 ±1.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