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소비자들의 안경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최악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0여 년간 안경가격이 거의 인상되지 못한 상태에서 아직도 일반 소비자의 10명 중 9명이 안경가격을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본지가 지난 21일부터 전국의 성인 남녀 2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의 안경가격 신뢰도 조사’에서 ‘안경가격을 신뢰한다’고 응답한 소비자는 고작 2.8%(6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소비자의 안경가격의 불신은 전국 각지의 안경원에서 십수 년간 ‘안경쪾선글라스 70~80% 초저가 할인’ ‘안경+안경렌즈= 1만5천원’ ‘2만원 안경 구입 시 콘택트렌즈 공짜’ 등의 파격가 현수막을 내걸며 안경사 스스로 가격 불신을 조장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이번 조사는 설문 대상자의 80%가 안경의 주 소비계층인 30~40대인 것을 감안할 때 불신의 정도가 매우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파격가 내세운 할인경쟁에 안경 가격 불신
우선 소비자의 안경가격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설문에는 ‘매우 신뢰한다’와 ‘신뢰한다’를 합해도 2.8%(6명)에 불과했다.
그 반면에 안경가격을 불신하는 ‘신뢰하지 않는다’는 58.4%(125명), ‘매우 신뢰하지 않는다’는 27.6%(59명)로 응답해 소비자의 절대 다수인 86%가 안경 가격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Q1 참조). ‘보통이다’는 응답은 11.2%(24명)에 그쳤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의 86%가 안경원의 안경가격을 불신하는 것으로 응답했는데,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소비자는 “평소 반값할인 파격할인하는 곳이 안경원인데 안경가격을 믿을 소비자가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며 “솔직히 안경원에 근무하는 사람들의 말은 신뢰할 수 없어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안경을 구입한 후 렌즈는 안경원에서 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몇몇 응답자는 안경원에서 제시하는 안경렌즈나 안경가격을 ‘고무줄’ 또는 ‘엿장수 마음대로’ 라고 표현하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안경 가격표시제 시행이 매우 시급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이번 조사에서는 설문과 별도로 안경 제품에 따라 소비자의 신뢰도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안경테와 안경렌즈의 가격은 소비자 대부분이 신뢰하지 않는 의견이 많은 반면에 콘택트렌즈는 대다수 소비자가 신뢰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소비자 의견은 안경테가 안경원에서 할인의 주요 대상품목이고, 안경렌즈는 소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없어서 믿음이 떨어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 대신에 팩렌즈 등 콘택트렌즈는 심한 가격경쟁 상태에서 안경원마다 가격이 엇비슷해 소비자가 신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안경원의 안경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최악의 상태인 것은 안경사 대부분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동일한 제품이라도 고객에 따라, 하루 매출 정도에 따라 그때그때 가격을 다르게 부르는 것을 안경사들이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소비자에게 안경가격은 줄었다가 늘어나는 고무줄 가격으로 각인되어 있다.
가격표시제는 안경원 신뢰감 형성의 첫걸음
이어 ‘안경의 가격표시제 실시’에 대한 소비자 설문에는 응답자의 절대다수인 90.7%(194명)가 ‘철저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응답했다(Q2 참조). ‘가격표시제를 안 해도 된다’는 응답은 0.9%(2명)로 저조했다.
그러나 ‘안경원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답변은 7.5%(16명)로 조사되었는데, 이러한 응답 이유로 설문 대상자들은‘할인율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 사이에 안경가격은 추가할인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경가격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전체 안경사들의 뼈를 깎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이번 조사를 통해 가격표시제의 완벽한 실시만이 소비자의 안경가격 신뢰도를 높이고, 안경원을 발전시킨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국내 최초로 소비자의 절대다수가 안경가격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수치로 확인한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 12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전국의 일반인 214명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이용한 설문지 조사로 이뤄졌다. 이번 조사의 신뢰수준은 97%에 표본오차는 ± 2.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