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원에서 시력검사 결과를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알려주는 것에 대한 논란을 넘어 이젠 이를 고객에게 제공하면 의료법 위반이라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모 안경체인에서는 이를 포스터로 만들어서 안경원에 배포했고, 대한안경사협회의 일부 임원들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아마도 안경사가 아닌 일반인들이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논란에 어리둥절해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면 다양한 검사를 하게 된다. A병원의 검사 결과를 요구해 B병원을 가기도 하고, 다양한 보험금을 수령하기 위해 진단서 및 수술기록, 진료기록, 검사결과 등을 병원에 요청하여 발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안경원에서 안경사가 시력검사 결과를 고객에게 제공하면 의료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되어 제공할 수 없다는 주장은 법을 따지기 이전에 상식적으로 너무 억지스럽지 않은가.
환자가 병원에 요청해 제공받는 진료기록은 아주 많다. 진단서, X-RAY, MRI, CT 결과, 약물 처방내역, 진료기록 내역, 혈액검사 등 다양한 검사결과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의무기록을 의료법에 따라 요청하고 제공받는다.
이에 적용되는 의료법 제21조 1항에는 「환자는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본인에 관한 기록의 열람 또는 그 사본의 발급 등 내용의 확인을 요청할 수 있다. 이 경우 의료인, 의료기관의 장 및 의료기관 종사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신설 2016.12.20.>」고 규정하고 있다.
모 체인의 비상식적인 주장은 어불성설
그런데 앞서 지적한대로 모 체인에서 가맹 안경원에 제공했다는 포스터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의료법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를 거치지 않았다기보다는 일반인들이 갖고 있는 상식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더 당혹스럽다. 안경원에서 시력검사를 한 사람이 그 결과를 본인이나 정당한 위임절차를 통해 요구하면 당연히 제공해야 하는 상식이 차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경사는 국가나 우리 사회에서 역할을 부여받은 직능이고, 안경원은 이익을 추구하는 동시에 국민의 안 건강의 증진에 기여해야 한다. 안경사가 별개의 독립적인 존재일 수 없다는 기본을 잊고 있는 것이다.
의료법 17조 1항은 「의료업에 종사하고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가 아니면 진단서•검안서•증명서 또는 처방전을 작성하여 환자 또는 「형사소송법」제222조 제1항에 따라 검시를 하는 지방검찰청검사에게 교부하거나 발송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직접 진찰하지 않은 의사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진단서나 처방전을 발급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이 법 조항에 적시된 검안(檢案)은 시체를 살펴보는 검안을 말한다.
그런데 이 검안을 안과나 안경원에서 시력의 좋고 나쁨과 색맹 여부, 눈의 이상 등을 알아보기 위해 시행하는 검안(檢眼)으로 보고 검안서(檢眼書)를 도수 정보로 착각한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지만, 의료법 17조를 안경원에서 시력검사 결과를 제공할 수 없다는 근거 조항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본인 확인 후 정보 제공하는 것이 상식
안경원에서 시력검사 결과를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에 대한 판단은 각자에게 맡겨야 한다. 다만 어느 경우에 정보를 제공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 또 어떤 부분을 신경써야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안경원 내방고객이 기존에 사용하던 안경의 도수나 새로 검사한 렌즈도수를 알려달라고 했을 때 검사 결과를 알려주면 처벌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도 검사 결과를 알려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하지만 본인이 아닌 경우 검사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소지가 크므로 본인 여부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특히 전화로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경우와 대리인이 요청할 때도 본인 확인과 적법한 권한 여부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의 표준화를 통해 일선 안경원의 혼란을 줄이는 노력을 담당해야하는 것이 안경사협회나 체인본부의 주요한 역할일 것이다.
대안협과 한 체인본부는 바로 이런 점에서 회원들이 정보를 제공할 때 충분한 검토와 전문가 자문 등 조금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처럼 신기술이 도입되고 새로운 가치가 생성되는 시대에는 대안협이나 체인본부의 풍부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신속하게 제공하는 역할이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
김대현 대한안경사협회 前행정부회장/강동대학교 안경광학과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