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쉽게 ‘바람’이고 문어체로 희원(希願)이라고 하는데, 어떤 일을 이루고자 하는 또는 그것을 얻고자 하는 바람이다.
서기 1945년은 단기(檀紀) 4278년 을유(乙酉)년이다. 닭띠 해인 것이다. 해방되는 해에 출판업을 시작했다고 해서 을유문화사(乙酉文化社) 대표 정진숙 사장을 우리는 정음사와 더불어 익히 알고 있다.
‘닭’은 우리 가축 가운데 문(文), 무(武), 용(勇), 인(仁), 신(信) 등 오덕(五德)을 갖춘 것으로 매우 아끼고 있다. 금년 또한 정유(丁酉) 닭띠 해이다.
우리는 기일제(忌日祭)를 지낼 때 계명축시(鷄鳴丑時; 새벽 1~3시 사이) 전에 제를 올려야 한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닭이 울면 오시던 조상의 혼이 올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겨울이 오기 전 털갈이가 끝난 수탉의 자태는 적홍색 맨드라미 닭벼슬이 볼만하다. 닭 우는 소리는 가까이서 보다 멀리서 듣는 것이 낭만적이다.
산길 계곡 저수지에 4~5명 조우(釣友)가 깊은 밤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노라면 조용할 것 같았던 산골자기는 산새들이 노랑자랑 터가 됐다.
두견은 단골 출연자이고 어릴 때 잔심부름에서부터 큰일까지 해내던 머슴이 정작 세경 받고 나가려는데 악독한 주인이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다가 제 무덤 파죽는 바람에 한 푼 못 받고 나온 머슴새의 서글픈 하소연이 담긴 애소(哀訴)가 있는가 하면, 휘파람새와 소쩍새 등 조용한 것 같지만 더 시끄러운 산골짜기 야경이다.
이상하게도 축시가 다가오는가 모든 산새들이 조용하니 닭 우는 소리가 이 산에서 저 산 넘어 곳곳으로 퍼져 나간다. 앗, 케미가 솟구쳐 오른다. 얼씨구, 냅다 당기어 팽팽 피아노 소리가 튕긴다.
어찌 산새 소리에 정신을 팔다가 자리에 앉으니 오랜만에 손맛을 느끼게 하는가 보다. 취어비취어(取漁非取漁)가 아니던가. 옆에 있던 조우가 부러운 듯 보길래 아낌없이 월척을 안겨준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는 말은 단순한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가 아니다. 물론 값싼 동정도 아니다.
행복이란 자신의 삶에 대한 주관적 감정과 평가다. 과학적으로는 호르몬의 총체적 작용이다.
엔트로핀, 세로토닌, 도파민, 옥시토신 등 이른바 행복 호르몬은 마음의 평화와 기쁨, 즐거움과 만족의 원천이다. 도파민이 적게 나오면 우울증을 일으킨다. 세로토닌은 마음의 평정을 선사하는 축복의 호르몬이다.
행복의 호르몬이 잘 돌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적당한 햇빛과 운동, 식이요법, 마음가짐이다. 그런데 행복은 욕망에 반비례한다.
해방되자마자 불렀던 ‘희망의 나라로’가 생각난다.
‘배를 저어가자 험한 바다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 경계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한 곳 희망의 나라로
밤은 지나가고 환한 새벽 온다 종을 크게 울려라
멀리 보이나니 푸른 들이로다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