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은 세상을 살아가는데 굳이 따지지 않고 캐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허다하게 많다. 알아도 되지만 모른다고 누가 탓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팔자(八字)인 것이다.
이 팔자타령으로 넘어가지 전에 ‘타령(打令)’에 대해서 잠시 쉬면서 딛고 넘어가자. 타령이란 음악 곡조의 이름쯤으로만 알고 있는 것이 상식이다. 광대의 판소리나 잡가, 민요 등에 대한 총칭인 것이다. 그 예로 방아타령, 이바구타령, 장타령 등이 있다.
어릴 적 본 기억으로는 동네 유지 집에 경사와 흉사 전에 어김없이 찾아오는 단골손님이 바로 동량치(거지의 전라도 사투리)들이다. 찾아오는 이들에게 문전박대는 절대 하지 않고 오지랖이든 깡통 주발(周鉢)에 떡과 고기를 일정량씩 골고루 안겨준다.
그 가운데 대장인 듯한 상거지가 누군가를 호명하면 장타령이 뽑아진다. 목을 길게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푹 숙이면서 뽑아내는 장타령,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독창으로 시작, 합창으로 고조되면 떡과 술이 소반에 담겨 나온다. 이들은 분명 치장하지 않은 예능인이었다.
우리는 셋만 모여도 흔히들 팔자타령을 한다. 팔자타령은 바로 운명론이다. 자구(字句)로 해석하면 생년월일시를 말하는데, 요즘처럼 1900년생이 아니고 경인(庚寅), 계유(癸酉), 신미(辛未), 갑술(甲戌)이 그 예다.
그러데 이 팔자는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삼황오제(三皇五帝) 가운데 복희씨(伏羲氏)가 팔괘(八卦)를 짚은 데서부터 유래됐다. 신농씨(神農氏)가 농사, 의약을 발명한 황제라면 수인씨(燧人氏)는 불을 만든 황제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가 천계의 제우스신을 속여 불을 훔쳐 인류에게 전해주었다는 전설처럼 동양에도 불의 신화가 있다.
복희 황제가 팔괘를 발명한 것은 주나라 역경인 「주역(周易)」에서 자연계, 인간계를 음양으로 해석, 팔괘를 64괘로 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 주역의 상괘(象卦)다. 팔괘란 건(乾), 곤(坤), 이(離), 감(坎), 진(震), 손(巽), 간(艮), 태(兌)다.
여덟팔자로 시작되는 것은 비단 팔괘뿐만 아니라 매우 광범위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 첫째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서(四書) 가운데 하나인 「대학」의 팔조목(八條目;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이 그것이다. 다음은 여덟 가지 어려움 즉 팔난(八難)이 있다. 그것은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물, 불, 칼, 전쟁 등이고 다음은 팔고(八苦)가 있다. 나고(生) 늙고(老) 병들고(病) 죽음(死)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원망스럽고 싫은 사람과 함께 있어야 하는, 구하려 해도 얻어지지 않는 고통, 생멸 변화하는 모든 것을 구성하는 다섯 요소, 곧 물질은 색온(撚蘿), 감각인상인 수온(受總), 지각 또는 표상인 상온(想努), 마음의 작품인 행온(行認), 마음인 식온(流總) 등을 말한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오음성고(五陰盛苦)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