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안경사제도가 30여년 만에 대변혁의 순간을 맞고 있다.
안경사의 업무범위를 법제화한 1989년 12월에 공포된 의료기사법개정법률(법률 제4180호)이 뿌리째 흔들리는 대변화가 시작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월 한 안경사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안경원에서 무면허 일반인이 근무할 수 있는지?’를 묻는 민원성 질의에 <</span>안경사의 업무범위에 속하지 않는 선글라스 등의 아이템은 일반인의 판매가 가능하다>고 답변해 전국의 안경사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더구나 복지부는 해당 답변의 진위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본지가 질의한 ‘안경원에서 일반인 근무와 판매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지난 7월 6일자 답변을 통해 <</span>의료기사법 제24조제1항제3호의 규정은 안경사의 업무범위인 시력보정용안경 및 콘택트렌즈에 대해 규율하는 것으로서, 안경사의 업무범위가 아닌 무도수안경 등은 상기 규정에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으로 답변해 사실상 일반인의 안경원 고용이 문제가 없음을 확실하게 확인시켰다.
국가기관에서의 법률 해석인 유권해석은 복종해야 할 구속력을 가진 강제해석(强制解釋)으로써 결국 안경원은 앞으로 일반인을 고용해도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게 된 것이다.
1989년 일명 안경사법 제정 이후 고착화되었던 ‘안경원 근무 = 안경사’라는 등식이 무너진 것이다.
무면허자 고용시 6개월 영업정지 법률 무색
복지부가 이번에 ‘안경원에서 일반인을 고용해 무도수안경을 판매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은 국가 면허자인 안경사에게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복지부가 유권해석을 통해 ‘안경사의 업무를 시력보정용의 조제 및 판매에 한정하고, 무도수안경 등은 상기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제2 제3의 일반매장에서의 안경류 판매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복지부가 ‘안경사의 업무범위는 시력보정용 안경과 콘택트렌즈에 한정하고, 무도수 안경과 선글라스는 일반인이 안경원에서 판매해도 하자가 없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1989년에 안경사제도가 공포 시행된 이후 30년 가까이 ‘안경사의 면허가 없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경의 조제 및 판매와 콘택트렌즈의 판매를 하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지켜온 안경사들에게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안경원 원장은 “안경사들이 그동안 지켜온 보편적 상식은 이제 완전히 무너졌고, 또 일반 예상과 달리 앞으로 안경원의 운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서당집 강아지가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있듯이 안경 판매사가 안경원에 정식 근무하다보면 무도수 안경만 판매할 수는 없는 일이 벌어져 결국은 안경사제도는 허수아비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시안경사회의 고재식 前회장은 “일부에서 안경 판매사 고용이 합법화되면 안경원의 심각한 구인난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안경 판매사는 시간이 지나면 안경사제도 자체를 훼손시키는, 보다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며 “안경사 면허자와 무면허자가 동시에 근무하면 고객들은 혼란을 일으키고, 또 두 직종의 업무영역 혼재로 안경원 신뢰도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경운대학교 안경광학과의 김재도 교수는 “무면허 일반인이 안경원에 근무하다보면 업무가 검안까지 확대되고, 이로써 안경사면허가 유명무실해진다는 일부의 예상은 너무 비약적이지만, 이번 복지부 유권해석은 30년된 안경사제도가 이제는 시대에 맞게 다시 개정할 때가 되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안경사들의 우려와는 다르게 일부 안경사들은 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반기고 있기도 하다. 심각한 안경원의 구인난을 겪고 있는 원장들의 경우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무부처 담당관 따라 법 해석 제각각
이번 복지부 유권해석이 일선 안경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되는 속에서 안경사의 대표단체인 대한안경사협회는 아직까지 뚜렷한 의견이나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다.
심지어 복지부의 이번 유권해석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지에 ‘귀 사가 복지부에 질의한 것에 매우 유감스럽다……2016년에 이어 17년도에 다시 귀 사가 질의한 이유가 무엇인지와 2017년도에 질의한 내용이 합법을 유도하기 위한 반복적인 질문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답변을 바란다’ 등으로 적고 있다.
그야말로 문제의 본질에 대한 답변을 회피한 채 본지에게 복지부에 쓸데없는 질의를 해서 ‘안경원의 일반인 고용 가능’을 부추기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는 것이다.
지방의 한 부회장은 “중앙회가 안경사 면허증의 존폐가 걸려 있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를 시급히 수습은 하지 않은 채 ‘정부부처와 긴밀히 접촉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협회와 회원의 분란만 일으킨다’고 생트집을 부리니 기가 막힌다”며 “중앙회는 무면허 일반인 고용이 무슨 이유로 허용되면 안 되는지를 해당 부처에 강력하게 이의 제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안경원에서 일반인 고용 가능하다는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일선 안경사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똑같은 복지부가 2016년에는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24조 1항 3호에 의거해 안경원에서 무면허 일반인을 고용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답변하고, 2017년에는 담당관이 교체된 2017년에는 ‘무면허 일반인의 고용 가능’이라고 답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말하고 있다.
안경사제도의 근본이 훼손되는 위중한 상황에서 대안협 중앙회와 전국 시도지부 집행부의 보다 빠르고 강력한 대응이 아쉬운 때이다.